1978년 10월 9일, 지리산 야생동물 르포를 위해 20여 일간 바위 틈에서 노숙을 이어가던 한국일보 한륭기자는 건너편 능선에서 어른거리는 물체를 발견하고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곰이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직선거리는 800m. 하지만 곰의 눈치를 피해 산 허리를 돌아야 했다. 풀 숲에 은폐한 후 500mm 망원렌즈에 초점을 맞추자 나뭇가지를 입에 문 아기 곰 한 마리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가슴에 V라인이 선명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생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컬러필름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한기자는 이 사진으로 그 해 한국보도사진전 동상을 차지했고,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반달가슴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10년 째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손용석 사진부장 stones@hk.co.kr 한국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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