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수십억원대의 컨설팅 대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로 예정됐던 홍콩정부와 민주화 시위대의 공식 대화도 취소돼 홍콩 민주화 시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주 일간 디 에이지(The Age)는 렁 장관이 호주 기업으로부터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00만 파운드(약 69억원)를 받고 신고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뒤 시드 호 사우-란(何秀蘭) 홍콩 공당(工黨)의원 등 범민주파 의원들은 뇌물수수법 위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렁 장관의 탄핵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렁 장관측은 장관 취임 전 부동산 회사에 있을 때 컨설팅을 제공하고 받은 정당한 대금이라며 취임하기 전 대금 지급 계약이 이뤄진 만큼 신고할 필요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위대의 가장 큰 요구 중 하나가 렁 장관의 퇴임이었다는 점에서 시위의 정당성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학생들이 주도하던 시위에 야권까지 가세하며 학생들과 정치권이 연대해 렁 장관 퇴임 운동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10일 예정됐던 양측의 공식대화도 취소되며 의사소통의 기회까지 사라져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렁 장관의 비서 캐리 람은 9일 “양측의 대화가 건설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취소됐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공산당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 보도 통제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9일 전했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당 중앙선전부가 홍콩 민주화 시위 소식이나 사진을 ‘불량 정보’로 규정, 이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신문과 방송 등 전 매체에 통지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20일부터 열릴 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 홍콩 민주화 시위가 미칠 영향을 극도로 우려하며 경계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매체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 소식과 사진을 전하지 않다가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2일 시위 비판 글을 게재한 것을 기점으로, 시위로 인한 부작용을 부각하는 기사들을 주로 보도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중국인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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