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출은 한정돼 양극화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4분기에도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가계부채 급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저신용자는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가계대출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4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 주택자금 대출수요 지수는 31로 조사됐다. 2002년 1분기(42), 올해 3분기(34)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 들어 지수는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22와 16을 기록했으나 3분기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계 일반자금 대출수요 지수의 경우 3분기 0에서 4분기에는 3으로 상승했다. 은행 대출수요 지수는 16개 은행의 여신 책임자에게 향후 대출규모 증감 정도를 설문조사해 산출(-100~100)하며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 증가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응답자들은 주택구입 증가, 대출금리 하락,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상향을 가계 주택대출 수요 증가 요인으로 지목했다.
은행 역시 가계대출에 적극 나설 태세다. 금융기관의 대출 의향을 보여주는 대출태도 지수를 살펴보면, 4분기 은행의 가계 주택자금 대출태도 지수는 16으로 2002년 1분기(19)와 직전 분기(19)에 이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 일반자금 대출태도 지수(9) 또한 지난 3분기(6)보다 올랐다.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대출부실 면책제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대출시장 점유율 제고가 은행이 대출 완화를 결정한 주요 요인이다.
한편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신용자 계층의 생활 안정자금 수요가 50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정작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1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용등급 7~9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자 신용대출 경로가 정책자금이나 대부업체에 한정되다 보니 자금 수요의 20% 정도만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저신용자를 위한 서민금융 주무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이 부실화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대부업계조차 상환금리 상한 규제로 대출 여력이 급감하고 있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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