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기업인 증인채택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진통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로 정기국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증인신청이나 일정조정 등이 졸속으로 흐른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감을 나라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고 잘못을 바로잡는 기회라기보다 의원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기회로 여기는 구태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좋은 예다.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의 증인채택을 연일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파행이 이틀째로 접어들자 여야는 증인채택 가부를 둘러싼 설전과 함께 국감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기에 바빴다. 상임위 차원을 넘어 당 지도부까지 나설 정도로 논란이 커졌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필요한 증인, 참고인이라면 수십, 수백명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가 대단히 어려워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는 옳아도 전체적으로는 군색하다. 문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필요하면’ 숫자가 문제일 수 없다. 그런데 그 필요성은 야당이 입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민간기업 일에 관여하는 게 국감 취지에 맞는지, 실무담당자 대신 굳이 기업 총수를 불러내야 하는지, 알찬 국감을 위해 증인ㆍ참고인은 몇 명이 최적인지 등이다. 이를 무시하고 기업인을 마구잡이로 부르려는 것은 ‘얼차려’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해 국감에서 무려 196명의 기업인을 증인ㆍ참고인으로 불렀다. 증인ㆍ참고인 출석 요구를 받은 기업인은 며칠 동안 임직원과 함께 질의ㆍ답변 연습을 해야 했다. 국감 당일에는 아침부터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나 대개는 수십 초, 길어야 1~2분으로 발언을 제지 당했고, 아예 답변 기회조차 없었던 기업인도 많았다. 혈세에 기대어 사는 국가기관이나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이 국회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야당의 설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기업인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여당 태도는 ‘대기업 감싸기’ 오해를 받을 만하다.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논리도 너무 진부하다. 정말 필요하다면, 기업 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증인ㆍ참고인으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불렀으면 충분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과 같은 국감의 진통은 결국 졸속감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혈세 낭비를 추인하거나 부추길 것 또한 자명하다. 여야 모두 이런 현실과 국감의 근본 취지를 되새겨 오늘부터라도 알찬 국감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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