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동에 사는 성모(38)씨는 최근 한 유기견(4개월 추정ㆍ잡종)을 구조했다. 가락대로에서 구조해 이름은 가락이로 지었다. 하지만 구조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먼저 비용 지출이 컸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파보 장염에 걸린 것을 발견했는데 2주간 입원비와 치료비, 약값 등을 합치니 260만원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받긴 했지만 생각지 못한 지출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상태가 심각해서 2주간 애를 태웠고 그 사이 병문안도 다녀왔다. 운 좋게 건강을 되찾았지만 이후 문제는 유기견의 입양처였다. 얼굴은 귀여웠지만 잡종이기 때문에 입양처를 더욱 구하기 힘들다는 것. 입양처를 알아보기 전 다른 곳에 맡기기가 불안해 일단 부모님 댁에 맡겼는데 감기기운도 있고 배변훈련이 안돼 애를 먹고 있다. 성씨는 “유기견은 그냥 구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입양처까지 찾아줘야 했다”고 말했다.
유기견, 유기묘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입양처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해 보호소에 들어온 10만마리 가운데 안락사와 자연사한 경우가 48%에 달하는 반면 입양률은 늘고는 있다 하더라도 20%대에 머물고 있다.
보호소에 유기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단 유기견, 유기묘를 발견하면 외면하기보다 구청 보호소나 사설 보호소에 신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호소로 유기동물을 옮기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기견의 경우 길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병이 들거나 나이가 많아서 버려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는데 막상 검사를 해보면 이빨이 다 썩었다던가 종양이 있는 경우도 있고, 또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건강이 악화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의료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더군다나 새끼가 아니거나 외모가 예쁘지 않을 경우 유기견의 새로운 가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보호소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 결국 임시보호나 애견호텔에 맡겨야 하고 그것도 안되면 구조자가 입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한 동물호보 단체 관계자는 “지나가다 불쌍하다고 한 마리씩 구조하다 보면 집에 10마리, 20마리 되는 건 순식간”이라며 “구조하다 보면 나중에는 본인이 관리하지 못할 정도로 유기견이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긴급한 상황에 처한 동물 발견 시 인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주고 가능한 한 임시보호를 해주되 너무 힘들 경우 동물단체에 연락을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또 인근에 주인집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즉각 보호소에 신고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게 좋고, 떠돌이 생활에 적응한 경우 오히려 보호소에 들어가면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으니 간헐적 도움을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어린 새끼 고양이의 경우 엄마 고양이와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동물보호소로 옮긴 새끼 고양이들은 대부분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유기견, 유기묘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마음이 있다면 신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입양처를 찾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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