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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도 남녀유별(男女有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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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도 남녀유별(男女有別)

입력
2014.10.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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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강서힘찬병원 원장ㆍ정형외과 전문의
김성민 강서힘찬병원 원장ㆍ정형외과 전문의

누가 봐도 다정해 보이는 노부부가 병원을 내원했다. 두분 다 무릎관절염으로 통증이 있으셨지만 특히 할머니는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옆에서 할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듯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단 결과 할아버지는 양쪽 무릎 모두 관절염이 심한 단계였고, 할머니는 왼쪽 무릎만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였다.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는 쪽은 오히려 할머니였는데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오히려 관절염이 더 심하다”고 설명하자 두 분은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무릎을 봐도 할머니는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를 하도 붙였다 떼었다 해서 피부가 변성이 되었고, 집에서 뜸도 여러 번 떠서 화상자국도 여러 군데 남아있었지만 할아버지의 무릎은 깨끗했다.

이런 차이는 남녀성별과 관련이 있다. 관절염에도 남녀유별(男女有別)이 있는 셈이다. 관절염은 여성보다 남성이나 운동선수들이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이나 운동선수들은 관절을 지탱하는 주위 근육과 인대가 여성보다 튼튼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건물을 받쳐주는 기둥과 그 기둥을 받치는 버팀목이 단단하면 그 건물은 튼튼하기 마련이다. 즉 관절 주위 근육이 튼튼하면 손상된 관절을 버텨줘 치료도 그만큼 쉬워지고, 관절이 손상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임상결과로 볼 때 관절염 발생 부위에서도 남녀 차이가 있다. 손과 무릎 관절염은 50대 중반 이상의 경우 여성 환자가 더 많다. 통계적으로는 중년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 가량 관절염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무릎 관절염으로 인한 인공관절 수술 건수를 보아도 여성의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생활습관과 자세, 지속적인 반복 작업 때문이다. 보통 무릎이 130도 이상 심하게 구부러지면 무릎 앞쪽 관절에 체중의 7~8배에 달하는 무게가 실린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엎드린 채 온 집안을 물걸레질하거나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하기도 한다. 이런 생활습관 속의 반복 작업이 무릎에 무리를 주고 습관이 일상화되면서 관절의 마모가 가속화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관절이 작은 데다 근육도 약한 편이다. 또 여성들은 갱년기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의 변화로 연골의 약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비만과 운동 부족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 역시 운동 부족과 하이힐 착용 등으로 인해 무릎관절 손상의 위험이 있다.

반면 엉덩이 관절은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 환자가 많고, 반월상연골판 손상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3~4배 많다. 대개 20~40대의 활동기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무릎 외상을 입거나 충격을 받으면 쉽게 손상되는 반월상연골판의 특성 때문이다. 인체의 관절은 우리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서서히 마모되며 나이 들어 노화가 되기 시작하면 같은 충격에도 젊었을 때보다 더 쉽게 손상된다. 나이가 들면 주름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지탱하는 뼈와 관절 역시 노화하기 때문이다.

한편 관절이 일부 손상되었다고 수술치료만이 능사는 아니다.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 요법으로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다. 또 조기에 발견한다면 관절경 시술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9988’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특히 거동에 불편을 주는 관절질환은 노령층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관절건강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본인의 관절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주면 ‘9988’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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