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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만 터지면… 당국·업계 "서명부터 늘리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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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만 터지면… 당국·업계 "서명부터 늘리고 보자"

입력
2014.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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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통법 때부터 절차 증가 '미국인 아니다'라는 황당한 서명란도

각종 금융상품 가입마다 따라붙는 복잡한 서명 절차는 최근 수년간 급격히 횟수를 늘리다 올 들어서는 다시 간소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켜야 할 가치(소비자 보호)는 그대로지만 비대해진 절차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줄여보자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여론에 휘둘리는 횟수 조정은 또 다른 행정 편의주의로 흐를 것이란 우려도 높다.

서명절차 증가의 신호탄이 된 건 2009년 2월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 업종간 겸업을 허용하는 대신 금융사가 상품설명에 소홀할 경우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자 금융사들은 앞다투어 고객의 투자위험도를 분류하고 설명 내용을 투자자가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서명란을 늘렸다.

2011년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겸업화로 고객 정보를 활발히 주고 받던 금융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식별정보의 처리 제한을 강화했고 가입절차마다 고객 정보를 보관ㆍ이용하는 것에 동의를 구하게 됐다.

대형 소비자 피해 사고는 금융상품별 추가 서명 확대의 계기가 됐다. 펀드의 경우 2009년 우리투스타펀드 소송과 지난해 동양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건 등을 겪으면서 서명 절차가 크게 늘었고, 신용카드는 올 초 터진 카드3사 정보유출 사태로 서명 요구가 증가했다.

법이나 조약 신설도 서명을 늘리는 장치다. 지난해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보험차익 비과세 조건을 알린 뒤, 서명을 받고 있다.

문제가 터지면 우선 서명부터 늘리고 보자는 식의 정책 탓에 황당한 서명도 생겨났다. 올 7월 미국과의 정부간 협정에 따라 미국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FATCA) 본인확인서가 보험가입 서류에 추가됐다. 재외 미국인들의 해외 재산 은닉을 막기 위한 이 제도는 사실상 국내 보험에 드는 미국인에게만 해당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굳이 이 서류를 모든 가입자에게 제시하며 ‘미국인이 아니다’는 서명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비현실적인 서명 절차가 오히려 소비자를 괴롭힌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규제 개혁 차원에서 7월부터 서명 간소화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현재 서명을 받는 조항이 모두 소비자에게는 알릴 필요가 있는 것들이어서 무작정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경철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보완장치를 복잡하게 해 감독 편의주의를, 금융업계는 녹취된 파일이나 동의서명 서류 등을 통해 영업 편의주의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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