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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표현의 자유 위축과 국민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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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표현의 자유 위축과 국민의 심판

입력
2014.10.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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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개인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감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 공개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행위를 수사할 전담반을 꾸렸다. 수사 대상은 악의적인 신상 털기,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한 정당인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록을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약 한 달간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 대화 상대방의 ID와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다.

국가기관의 일련의 행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아닌지 적잖이 우려된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근거를 둔 권리로, 자신의 사상ㆍ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권리다. 각 개인의 의사가 모여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리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음란표현조차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표현의 자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언론자유지수의 국가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 2월 우리나라의 표현 자유 순위를 세계 57위로 평가했다. 이는 2013년 50위에서 7계단 하락한 순위이고, 2006년 31위에 비해 무려 26계단 추락한 것이다. 핵발전소 방사능 사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일본이 59위라는 점에서 57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위축효과를 불러온다. 위축효과란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상식적인 표현조차도 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막걸리 보안법’으로 인한 위축효과를 경험했다. 제3공화국은 국시로 ‘반공’을 내걸었고, 이와 관련된 의사 표현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강원도 산골의 한 농부는 막걸리를 마시고 북한과 관련된 농담을 했다가 구속됐고, ‘김일성보다 더한 놈’이라고 욕을 한 사람도 처벌을 받았다. 이후 국민들은 혹 처벌될까 두려워 농담조차 하지 않고 아예 입을 다물었다.

위축효과의 더 무서운 결과는 자기검열의 내재화이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 국민들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표현 수준에 대해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자기 검열이 반복되면 결국 통상적 수준의 표현조차도 꺼리게 된다. 자기 검열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심리적 위축을 초래한다. 그나마 1980년대 보도지침은 보도해서는 안 되는 사항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어 그 이외의 사항은 표현이 가능했다. 반면 가이드라인 없는 자기검열은 스스로 입을 닫게 만든다. 명시적 제한보다 묵시적 자기검열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알아서 입을 닫는 상황을 원하고 있는가.

정부의 방침이 ‘공적인물’, 나아가 ‘대통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적인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전략적 봉쇄소송(SLAPP)’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 또는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반드시 처벌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소를 당하거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은 두려움에 떤다. 소송의 상대방이 되면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 동안 경찰과 검찰, 법원에 출석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경제적ㆍ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국민들은 비판적 목소리가 초래하는 결과를 학습한다. 소송 제기만으로 정부의 목적이 일정부분 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에 오히려 독이 된다. 위축효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낮아지고,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인해 정부 비판이 사라진다면, 그 정부는 일방통행의 불통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기 시정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국민의 심판은 시작됐다. 사이버 감시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외국의 사이버공간으로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허 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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