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서울대 강연
"정치권·시민사회도 노력해야겠지만 예비역의 적극적 문제 제기도 중요"
“군인은 불합리해도 참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데 어떡하죠.”(서울대 학생들)
“군인도 제복을 입은 시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 받을 수 없습니다.”(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7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 학생 30여명이 진지한 얼굴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강연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임 소장은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내막과 진행되고 있는 수사과정을 학생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 온몸에 멍이 든 시신 사진을 배경으로 임 소장이 윤 일병이 당한 가혹행위들을 공개하자 학생들은 “아”하는 탄식과 함께 안타까움을 내뱉었다.
이날 강연은 서울대 인권센터가 학내 인권의식 증진 노력을 위해 설정한 ‘인권주간(6~8일)’ 행사 중 하나였다.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한 인권침해 실태를 살펴보고 그 개선방안을 대학생들이 고민해 보자는 것이 행사의 목적. 때문에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지인 중에 군인을 둔 사람들이 많았다.
윤 일병 사건의 여파로 학생들에게 군대 내 폭력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었다. 강연에서 안상섭(20)씨는 “내년쯤 입대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윤 일병 사건 등을 통해서 드러난 군대 실태 탓에 고민을 하고 있다”며 “군에서 가혹행위 등을 당했을 때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알려달라”고 질문했다. 임 소장은 “각 부대에는 자체 인권위원회가 내무 부조리를 조사하고 있지만 폐쇄적인 군 특성상 내부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군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군인권센터 상담전화 ‘아미콜(02-733-7119)’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서비스 등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신유진(여ㆍ20)씨가 “군대라는 특수성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를 없애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느냐”고 묻자 임 소장은 “군인의 권리와 인권 보호 내용을 담은 ‘군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독일처럼 민간기구가 군의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국방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적 무관심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비군 6년차인 한 재학생은 “오래 전부터 군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심은 사건 발생 때만 반짝”이라며 “비극이 계속되는 것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정치인, 시민활동가도 소극적이었음을 반성해야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장병들이 전역을 했을 때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잊어버리는 것”이라며 “내 후배나 미래 자녀에게 내가 겪었던 피해를 대물림 하지 않도록 군대를 잘 아는 예비역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군 인권문제 해결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소장은 “입대자 다수가 대학생활을 하다 군 복무를 하는 만큼 대학은 군 인권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며 “군 복무생활, 인권 등을 다루는 교양강좌를 각 대학이 개설하고 군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적어도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가혹행위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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