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 전시회 미술치료 등 성장과정 표현해
"아이들이 지닌 긍정적인 모습, 가족·시민에 전달하고자 마련"
7일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내 ‘가온갤러리’. ‘가족’ ‘집’ ‘10년 후의 나의 모습’ 등을 주제로 서툴지만 정성껏 그린 80여 점의 작품들이 갤러리를 채우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들이 미술치료를 받으며 치유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이다.
갤러리 가운데에는 인형, 악기 등 심리치료 도구들 사이로 해바라기(조화)들이 흩뿌려져 있는 설치작품이 자리잡았다. 한쪽에는 가수 하림이 설립한 예술커뮤니티 ‘아뜰리에오’ 소속 화가 라수의 미술작품과 경기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협찬한 어린이들의 수상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인천해바라기아동센터는 이날 미술전시회 ‘희망·치유에의 동행’과 함께 개소 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인천센터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정신지체장애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발달과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의료와 상담, 법률 서비스, 아동 보호환경 등을 지원한다.
인천센터 소장인 배승민(36) 가천대길병원 정신과 교수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치유과정과 이들이 지닌 긍정적인 저력, 힘을 시민들과 가족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미술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폭풍우 같고 무시무시한 고통의 날을 표현한 작품도 있고 치료 후반기에 가면서 나무의 아름다운 나이테와 옹이처럼 고통을 승화해 치유의 힘에 감사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에 입은 심각한 상처가 삶과 인간관계에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주목 받은 가운데 성폭력 피해아동들이 미술전시회를 통해 ‘외상 후 성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아동센터 측은 평가했다. 외상 후 성장은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도 정식적 장애를 겪지 않고 사건을 통해 성숙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인천센터 관계자는 “채팅이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낯선 사람을 만났다가 협박을 받아 성추행을 당하는 등 스마트폰 보급으로 성범죄 피해사례가 늘고 가해자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센터 진료 건수가 작년 1,700건을 기록했지만 올 9월 현재 벌써 1,60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전시회가 아동센터의 기능을 알리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지역 연대 기능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센터는 여성가족부 지원 아래 가천대길병원이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7월 개소했으며 그 동안 750여명(진료건수 3만600여건)의 피해 아동, 청소년,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거쳐갔다. 경찰이 상주하는 원스톱지원센터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응급실이라면 아동센터는 19세 미만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시설이라고 인천센터 측은 설명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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