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무대
'증발된 티볼리' 서지훈의 '리좀' 등, 낯선 초연 작품들 해설 원숙미 기대
서울시향이 매년 봄과 가을에 내놓는 ‘아르스 노바’는 국내 유일의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무대다. 매번 세계 초연 또는 한국 초연인 작품이 많아 평소 접하기 힘든 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다. 아르스 노바의 2014년 시리즈 3, 4편이 펼쳐진다. 프로그램 기획자인 재독 작곡가 진은숙(53ㆍ서울시향 상임작곡가)씨는 베를린에서 귀국한 다음 날인 7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10일 아르스 노바 시리즈 3(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소개되는 ‘증발된 티볼리’는 스웨덴 작곡가 힐보리의 곡으로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놀이동산 티볼리 공원을 그린 작품이다. 진은숙씨는 지난해 뉴욕필하모니의 현대음악 시리즈 ‘콘택트’에서 이 곡이 자신이 만든 관현악곡 ‘구갈론’과 함께 연주된 것을 보고 한국에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이 아시아 초연.
이날 세계 초연되는 서지훈의 ‘리좀’은 진씨가 주재하는 아르스 노바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맺은 인연이 결실을 본 작품이다. 한국에서 초연되는 풀랑크의 1932년 작 ‘가면무도회’에는 재즈가 사용되는데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혁명적 시도였다.
일 주일 뒤인 17일의 아르스 노바 시리즈 4(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스트라빈스키의 1908년 작 ‘불꽃놀이’를 한국 초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씨는 “스트라빈스키는 웬만한 사람이면 이름을 들어봤을 대가지만 그의 작품 ‘불꽃놀이’는 한국에서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선보이는 강석희의 1997년 작 ‘피아노 협주곡’은 원래 라디오프랑스의 위촉을 받아 지은 곡으로 당시 백건우 초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진씨 개인적으로는 스승인 강씨의 80회 생일을 축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 진씨는 “스승의 대작을 선보이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스승이 원한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연주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이 날 한국에서 초연되는 캐나다 작곡가 비비에의 ‘오리온’에도 숨은 사연이 있다. 비비에는 고아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메시앙과 불레즈 등 거장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서른 다섯 살이던 1982년 파리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그의 삶 전체가 수수께끼가 됐다. 진씨는 흔히 생각하기 쉬운 난해한 서양식 전위가 아니라, 단순하고도 원시적인 색채감이 야수파의 그림 같은 감흥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씨는 “천애고아의 외로움에 인도와 아랍 음악의 신비주의를 더한 선율”이라며 “문명 세계 이전에 인류가 했음직한 원초적 음악”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허를 찌르는 작품들만 모아 의식적으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는 진씨의 아이팟에는 그 같은 음악회 구상을 위한 작품들이 쟁여져 있다.
이번 무대는 능숙한 해설 등으로 이 음악회를 이끌어 온 진은숙씨의 원숙미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칫 생경할 수 있는 현대음악 사이에 양념을 넣은 것이 보기다. 10일 무대에서 선보이는 비버의 1673년 작 ‘바탈리아’는 클래식의 통념을 깰 만큼 유머러스하다. 17일 공연에는 일반인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삽입했다. 현대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 같은 시도를 두고 진씨는 “(일반 청중을 유혹할) 낚시밥”이라고 말하더니 “(낯선 선율이 주는 긴장감을 해소할) 쉼터”라고 고쳐 불렀다. 1588-121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