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 실패·전략 부재로 동력 상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열흘째를 맞은 7일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 들었다. 시위대와 홍콩 정부 당국은 10일 공식 대화를 시작,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 합의했다.
시위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던 홍콩 정부종합청사와 지하철 애드미럴티(金鐘)역 사이의 거리는 이날 200명 안팎의 학생들만 남아 자리를 지켰다. 거리가 텅 비어 점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시위대와 친중 단체들이 충돌했던 몽콕(旺角)도 100여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코즈웨이베이에도 30여명이 남아 있었지만 하루 종일 주민들과 말다툼을 해야 했다.
전날 중고등학교에 이어 이날 초등학교도 정상 수업을 재개했다.
대화에 합의하는 한편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게 거리를 가능한 한 빨리 비울 것을 압박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이르면 8일 새벽 시위대 정리에 나설 것으로 우려했다. 렁 장관은 6일 “경찰이 적절한 때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위를 실패로 몰아갔다. 인민망(人民網)은 기고문을 통해 “홍콩은 전체 중국 인민들의 홍콩”이라며 “위법적인 일부 시위 활동은 철저하게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정치 항명으로 부각됐던 홍콩 민주화 시위가 아무 성과 없이 동력을 소진한 것은 지도부와 전략의 부재 때문으로 분석된다. 뚜렷한 단일 지도부가 구축되지 못하면서 거리 점거 다음의 구체적 목표와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시위대의 힘을 조직화하는 데도 실패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며 피로해진 시위대는 이탈하게 됐고, 여론의 지지는 약해졌다. 그러나 이미 10일이나 거리를 점거했고 중앙 정부에도 홍콩인의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전한 만큼 절반의 성공이란 반론도 나온다.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불만도 여전한 만큼 언제든 제2의 시위가 재연될 수도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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