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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時 ‘단촌역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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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時 ‘단촌역 은행나무’

입력
2014.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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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촌역 은행나무

김용락

단촌역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몇 그루 서 있네

40년 전 내가 중학교 통학할 때는

결코 보지 못했던 그 나무들

새벽 통학생 발자국

서울 공장 간다고 기다리던 밤기차

모두 사라지고 화물차의 기적만

이따금 산협을 울리는 간이역

만추의 가을비 속에서

안부를 여쭙는 듯 떨어뜨리는 노오란-

저 멀리 허공이 된 세월 속으로

아! 정말 인생이 깊다.

시인 소개

김용락 시인
김용락 시인

195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198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고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계명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작가회의 회장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에 ‘푸른별’,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등이 있다.

해설 김인강

40년 전이면 70년대 중반쯤 되겠네요.

그 시절의 단촌역에는 통학생들과, 도시로의 탈출을 꿈꾸며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부푼 꿈들이 함께 하고 있었겠지요.

은행나무가 작은지 내가 작은지 잘 모르겠지만, 당연히 자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새 세월과 함께 농익은 모습이 되었을 거라 짐작됩니다.

긴 세월 만큼 많이도 변한 은행나무가 만추의 가을비 속에 잎을 떨구는 시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 세월의 깊이 만큼 은행나무도 단촌역 앞에서 말없이 세월을 쌓았겠지요.

올 가을도 노랗게 물들기 위해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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