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총회서 법제화 요구 부결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 교회 세습, 종교인 과세 등 교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의제에 되레 뒷걸음질 치는 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지난 달 말 일제히 치러진 4개 교단의 총회를 참관, 분석한 결과다.
6일 개혁연대에 따르면 예장 합동은 올해 총회에서 세습이라는 용어를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세습이라는 단어에 편견이 담겨있으니 아예 쓰지 말자”는 뜻이다. 예장 합동은 지난해 총회에선 ‘직계 자녀에 대한 담임목사직 세습은 불가하다’고 결의했었다. 그러나 올해 이를 법제화하는 후속조치를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한 결정을 한 것이다. 소속 노회 일부가 세습 금지 법제화를 요구하는 헌의(청원)를 했지만 이는 부결시켰다. 개혁연대는 “지난 총회의 결의를 스스로 번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장 합동은 소속된 교회가 1만1,500여개에 달한다.
예장 합동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정리했다. 개혁연대는 “사실상 종교인 납세에 거부한 것”이라며 “납세는 국민으로서 의무이자 그리스도인의 공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기본 과제”라고 밝혔다.
두 가지 개혁 의제에 대해선 다른 교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예장 합동과 함께 개신교 보수 교단인 예장 고신은 올해 총회에 상정된 세습금지법을 부결시켰다. 지난해 세습금지법 도입을 결의한 예장 통합만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세습금지법을 마련한 개신교단은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세 곳뿐이다.
종교인 과세를 두고도 교단들은 소극적인 태도였다. 예장 고신은 ‘종교적인 자발적 납세 운동 요청안’을 1년 유보하기로 했고 기장도 종교인 과세에 대해 1년간 연구하기로 해 결정을 미뤘다. 예장 통합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논의를 하지 않았다.
개혁연대는 개신교단들이 세월호 참사 해결 문제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회 차원의 특별 성명 채택을 호소했지만 기장 총회 외에 다른 교단들은 어떤 노력이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애희 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개신교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주요 의제에 대해 교단들이 퇴보하거나 미온적인 결정을 해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며 “교회가 이익집단이 아닌 이상 내부 개혁, 사회정의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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