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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논란 끝내자" 삼척 곳곳에 백지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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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논란 끝내자" 삼척 곳곳에 백지화 현수막

입력
2014.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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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보다 차라리 관광단지를" 만나는 시민마다 반대 한목소리

정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 유권해석 내려 민간단체가 주도

6일 강원 삼척시 남양동 일대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9일 삼척시민을 대상으로 원전 유치 철회 여부를 묻는 주민주표가 시행된다. 삼척=박은성기자 esp7@hk.co.kr
6일 강원 삼척시 남양동 일대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9일 삼척시민을 대상으로 원전 유치 철회 여부를 묻는 주민주표가 시행된다. 삼척=박은성기자 esp7@hk.co.kr

9일 이뤄질 원자력발전소 유치 철회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강원 삼척의 거리 곳곳에선 긴장감이 팽팽했다. 주민투표를 사흘 앞둔 6일 삼척시 근덕면 사거리를 먼저 찾았다. 정부의 제7차 에너지수급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500㎿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2기가 들어설 대진리 예정부지와 불과 3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한적한 농어촌 마을임에도 ‘핵 발전소 몰아내자’ ‘핵으로부터 청정 동해안을 지키자’ 등 지역 사회단체들이 내건 반핵(反核) 현수막 30여 개가 펄럭였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보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이따금 8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방송차량도 보였다. 반면 원전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덕면 주민들은 원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토박이인 농민 심모(72)씨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지 ‘핵 발전소’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2년 전에도 핵 발전소는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았는데, 삼척시가 서명부를 편법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전소를 건설할 돈으로 차라리 대형 관광단지나 항만을 건설하는 것이 주민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70ㆍ여)씨는 “원전이 들어서면 청정해안이 사라져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잊을만하면 나오는 원전 논란을 이젠 끝낼 때”라고 투표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삼척 근덕면 일대가 원전 때문에 혼란에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3년 정부가 덕산리에 원전을 추진하자 주민들은 5년간 반대투쟁에 나서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은 이듬해인 1999년 11월 ‘8ㆍ29 기념공원’을 만들고 기념탑을 세웠다. 이로 인해 ‘근덕은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와 핵 저지 탑으로 유명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2005년에는 근덕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돼 부결된 적도 있다.

삼척시내 번화가인 남양동 우체국 앞 거리에도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이날 시청 앞 광장에서는 농민단체가 개최한 원전 반대 집회가 열렸다. 만나는 시민마다 반대의견을 보이는 등 ‘원전은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했다. ‘시민 96.9%가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고 삼척시가 떠들썩한 홍보에 나섰던 2011년 1월과 상반된 분위기다.

반핵운동은 6ㆍ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삼척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양호(53)시장이 취임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김 시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반드시 원전 건설 예정 부지 지정고시 철회를 이끌어내겠다”며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엔 민주당 소속 최문순(58) 강원지사와 지역구가 삼척인 새누리당 이이재(54) 국회의원, 삼척시와 접한 동해시도 반핵운동에 가세했다.

하지만 원전에 찬성하지만 침묵하는 시민들도 꽤 있다. 원전이 삼척의 새로운 성장 동력임에 동의하지만 지역에서 고립될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시민은 “새 시장 취임 후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쪽은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상당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년째 택시운전을 했다는 기사 박모(59)씨는 “(원전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발전소가 들어와야 인구가 늘어 상권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는 자영업자들도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원전 유치 철회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44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단체인 삼척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주도로 치러진다. 정부가 ‘원전유치 및 철회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민간이 주도하는 선관위가 구성됐다. 주민투표에 앞서 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사실상 8일부터 원전 유치에 대한 뜻을 묻는 투표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번 투표는 유권자의 3분 1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개표 없이 부결 처리된다.

중앙선관위 주관 투표와 달리 유권자가 이번 투표를 하기 위해선 사전에 직접 주민투표관리위에 나와 투표인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6일 오후 6시 현재 총 유권자 6만1,624명 중 절반이 넘는 3만8,700여명이 투표인명부를 작성했다. 투표인명부 작성은 7일까지다.

투표결과가 원전유치 철회로 나올 경우 정부가 결과를 받아들일지 관심거리다. 선관위가 아닌 주민들이 주도하는 투표인 만큼, 이를 둘러싼 정당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원전 반대가 얼마만큼 지지 받느냐가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 지사와 이 의원, 김 시장은 최근 공동기자 회견을 열어 “정부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삼척=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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