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전달 방법 등 세세히 규정
한미일 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추진의 출발점이 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는 군사기밀 공유 행위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방부 기관 사이의 약정 형태로 추진되는 MOU의 경우 당사국간 위반행위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논란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살펴보면, 문안은 A4용지 12장에 총 21개조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조항은 ‘~해야한다’로 적시돼 있다. 의무라는 얘기다.
협정 1조에서 “양 당사자는 각기 유효한 국내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제시된 조건에 따라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고 목적을 규정했다.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협정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는 한미일 정보공유 MOU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한일 양국이 처음부터 인정한 셈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비밀은 2급, 3급 기밀로 한정했다. 1급과 대외비는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유할 수 있는 비밀 건수는 대략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1급 기밀은 기밀마다 취급하는 사람이 특정돼 있기 때문에 외국과 공유하기 어렵고, 대외비의 경우 기밀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협정은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당사자의 자격, 기밀 전달 방법, 시설 보안, 보관, 파기, 복제는 물론이고 상대국이 자국의 비밀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까지 세세하게 규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밀을 전달할 경우 지켜야 할 요건을 규정한 조항(12조)이다. 이에 따르면 ‘군사기밀을 담고 있는 문서나 매체는 이중으로 봉인된 봉투에 담아 전달한다’ ‘안쪽 봉투에는 보안분류와 접수당국의 기관과 주소를 표기하고 바깥 봉투에는 기밀을 제공하고 접수한 당국의 주소를 표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면서 ‘바깥 봉투에는 보안분류를 표시하지 않는다’고 주의사항도 달았다. 이처럼 꼼꼼하게 형식을 갖추지 않은 비밀은 공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가간의 군사정보 공유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는 MOU가 아니라 엄격한 절차와 격식을 갖춘 협정 문안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협정문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당시 한일 정보보호협정 문안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체결되지 않은 협정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미일 MOU 체결 논의가 본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그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한일 정보협정을 감추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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