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사러 외출한 사실 기억 못 해
"심신 미약상태" 주장 받아져 법원, 원심 깨고 징역 7년 선고
술을 마시고 8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에게 법원이 ‘심신 미약’상태를 인정해 원심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강영수)는 존속상해치사혐의로 기소된 이모(6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1월 초 지인과 술을 마시다 귀가한 이씨는 집에서 새벽까지 계속 술을 마시던 중 이혼한 전처와 재결합하라고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어머니(88)를 무차별 폭행했다. 어머니는 새벽 2시경 이웃에게 구조를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발성 늑골골절에 의한 장기 손상 등으로 그날 아침 숨졌다. 이씨는 어머니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던 새벽까지도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서 횡설수설하다가 긴급체포됐다.
수사 결과 이씨 집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는 이씨가 폭행을 저지른 시점 전ㆍ후로 2차례에 걸쳐 인근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사온 사실이 확인됐는데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를 정반대로 해석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등에 비춰 볼 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술을 사기 위해 밤에 2회 외출한 사실 자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범행 당시 이씨가 평소의 주량을 초과해 마셨다는 취지의 지인의 진술 등을 참고해 심신미약상태였다는 이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체포될 당시까지 태연히 주거지에 머무른 것도 정상적인 정신상태라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진희 변호사는 “최근 들어 성범죄자나 흉악범에게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다만 이씨의 주량에 대한 지인의 항소심 진술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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