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중상이 세계에 퍼지고 있다”면서 “(아사히 신문의) 오보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이 이른바 ‘요시다 증언’관련 보도를 취소했다는 사실만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 사라졌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극히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우선 네 차례의 국장급 회담 끝에 최근 차관급 전략대화까지 열어 양국 정상회담의 환경조성에 애써 온 양국 외교당국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 동안 양국 외교당국은 내년의 국교정상화 50주년을 현재의 냉각된 관계로 맞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관계개선의 상징적 계기가 될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애써 왔다. 현재의 양국 정치관계 개선이 역사문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핵심의제였다. 비록 양측 대화가 공식적으로는 상호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물밑으로 ‘진정성 있는 대응’의 다양한 방안이 조심스레 타진돼 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이런 ‘진정성’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양국 외교당국의 조심스러움에 비춰 경망스러울 정도다.
그의 답변은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것이었다. 이나다 의원은 제주도에서 다수 조선 여성을 위안부로 끌고 갔다는 요시다 세이지(사망)의 증언에 근거한 기사 일체를 취소한 아사히 신문의 조치를 거론하며 “일본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그는 아사히 신문의 오보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대일 비판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인식은 그의 오랜 ‘협의의 강제성’집착에 비추어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또 ‘포괄적 강제성’보다 ‘협의의 강제성’에 매달리는 그의 자세도 일반인의 인식이라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최고 정치지도자이고, 그것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희망을 수시로 밝혀온 일본 총리다. 아사히 신문의 ‘요시다 증언’ 보도 취소에 대한 일본 내부의 논란도 정리되지 않아 속마음이 어떻든 얼마든지 에두를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는커녕, 93년 ‘고노 담화’ 이전으로 퇴행한 듯한 발언을 피하지 않았으니, 최소한의 정치감각마저 의심스럽다.
이러고서 그가 어떻게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떠들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을까. 걷힐 듯하던 먹구름이 양국 관계에 다시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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