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5%씩 성장으로 돌파 예상, 모바일 등 더하면 규모 훨씬 클 듯
한국은행 통화량 산정서 제외, 50만원 고액권 불법거래 우려
올해 국내 상품권 시장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25% 넘게 팽창하면서 불과 3년 전 5조원도 채 안 되던 시장이 두 배 이상 불어나게 된 것. 상품권은 내수 진작에는 효자 노릇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고액 상품권에 대한 규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5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상품권 발행업체로부터 위탁 받아 찍어내는 종이 상품권 규모는 2010년 3조8,299억원, 2011년 4조7,786억원, 2012년 6조2,194억원, 지난해 8조2,794억원으로 연평균 25%씩 성장해 왔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종이 상품권 발행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 여기에 플라스틱 기프트카드, 모바일 상품권 등까지 더하면 전체 상품권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로선 자금을 미리 끌어 쓸 수 있는데다 신규 매출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할인 효과도 누릴 있는 이점 탓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액면가 그대로 현금의 가치를 지니는 상품권이 연간 10조원대가 시중에 풀리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의 통화량 산정에서는 제외된다는 것.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화폐처럼 거래되지만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상품권을 ‘유령화폐’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급전이 필요할 때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일정 수수료를 떼고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속칭 ‘상품권 깡’이 늘어나는 등 불투명한 자금 유통을 조장하는 측면도 상당하다.
50만원권 등 고액 상품권이 불법거래에 동원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5만원권 지폐가 좀처럼 환수되지 않으면서 뇌물 등에 이용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1억원의 뇌물을 전달할 때 5만원권 지폐 2,000장이 필요한 반면, 50만원짜리 상품권은 고작 200장만 있으면 된다. 고액권 화폐를 사실상 대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999년 상품권법 폐지 이후 상품권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백화점이든 정유업체든 인지세만 내면 쉽게 상품권을 찍어낼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도 실명 확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음성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액 상품권 발행 전에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금융당국의 상품권 흐름에 대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상품권 시장 현황과 감독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 간 상품권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자금 유통 측면에서 상품권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며 “고액 상품권의 경우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상품권 발행기관으로 등록된 기업은 고액 상품권의 발행과 회수 정보를 주기적으로 당국에 통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칫 상품권을 억누를 경우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데다, 업계의 반발도 거셀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5만원권 지폐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아 보인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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