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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우려속에 '사이버 망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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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우려속에 '사이버 망명' 논란

입력
2014.10.0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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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국내 이용자 급증속에 카톡 이용량은 '그대로'…"국내 업체 역차별 우려"

검찰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에 대한 실시간 검열 논란이 일면서 대화내용의 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산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톡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무더기로 갈아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적인 대화내용을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보다 안전한 외국 메신저로 국내 이용자들이 '집단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텔레그램은 앱스토어 인기차트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다만 '사이버 망명론'은 검찰과 경찰의 '인터넷 검열'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지만 다소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카톡 사용자들의 이용량은 예전과 비슷한 데다, 텔레그램의 암호화 기술 역시 서비스 보안을 위한 다양한 기법의 하나일 뿐 보안 수준은 여타 메신저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 텔레그램, 앱스토어 1위…'사이버 망명' 확산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닥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프가 만든 메신저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브콘닥테에 게시된 내용을 러시아 정부가 검열하는 데 반대,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카톡이 독점하다시피한 국내에서 텔레그램은 그저 수많은 외국산 메신저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검찰이 지난달 19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는 등 사이버 검열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카톡 이용자들 사이에선 "수사기관이 언제든 내 대화내용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지인들과 나눈 카톡 대화 내용 등을 '사찰'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그러면서 줄곧 100위권을 맴돌던 텔레그램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카테고리 다운로드 순위에서 카톡을 제치고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 암호화된 대화내용은 해독할 수 없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검찰 발표 직후 일주일 사이에 텔레그램의 일간 국내 이용자는 2만 명에서 25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은 5일 현재 앱스토어 무료 인기차트 1위, 카톡은 15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게다가 카카오 임원이 최근 열린 검찰 회의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이 느끼는 '검열 공포'는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다음카카오 경영진들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의 인기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일부 오해도 있고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고 해서 그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저희가 더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은 없다"며 사이버 검열 우려에 명확한 의지 표시를 하지 않은 점도 한몫을 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법인 출범과 동시에 검열 논란에 휩싸인 다음카카오는 결국 지난 2일 이번 달 안으로 대화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다음카카오는 "통상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자료를 요청하기까지 2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저장기간이 줄면서 앞으로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갖고 오더라도 사실상 대화내용을 들추어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수신확인된 대화내용 삭제 기능 등을 포함한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는 등 보다 강력한 사용자 정보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법 체계를 존중하며 따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영장에서 요청한 정보라도 이미 서버에 삭제한 대화내용은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카톡 이용량 '그대로'...일부 논란은 과장

'사이버 망명' 현상은 검경 등 수사당국에 대한 불신감과 사이버 검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앱장터 다운로드 순위에서 텔레그램의 인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대중의 일시적인 호기심도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카톡 이용자들의 사용량은 검찰의 사이버 검열 강화 계획 발표 전후부터 지금까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연적인 증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이 연일 언론보도로 유명해지면서 호기심 많은 이용자들의 단순 다운로드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국내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건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텔레그램의 대화내용은 서버에 저장될 때 암호화되기 때문에 해독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Telegram FAQ'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화내용은 서버에 암호화돼 저장되기는 하지만 암호를 풀 수 있는 키(key)가 서버에 있다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시 암호를 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키는 대화내용과 함께 서버에 저장돼 있다.

다만 1:1 대화방에서 '시크릿 챗'을 설정하면 '클라이언트 암호화'가 적용돼 수사기관의 검열을 피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 암호화란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의 암호를 풀 수 있는 키가 스마트폰 단말기에 저장되기 때문에 서버에 저장된 정보만으로는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기능을 사용하면 PC-모바일 간 사용이 불가능하고 실시간 소통에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망명론의 실체를 차치하고라도 정부의 무리한 '사이버 검열 정책' 탓에 카톡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은 지난 2일 "검찰이 카카오톡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져 해외 서비스 이전은 계속되는 실정"이라면서 "국내법을 준수한다는 이유로 국내 기업이 '사이버 망명'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조심스러운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도 네티즌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대화수단인 메신저에 대한 수사시 시민들의 사이버 검열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적극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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