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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 '불꽃 축제' 청소 자원봉사 해봤더니…

입력
2014.10.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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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만명 몰린 여의도, 하늘은 화려했지만 시민의식 여전히 '바닥'

공연이 끝난 자리 쓰레기로 몸살, 미화원 등 새벽까지 40톤 수거

많은 인파 몰려 부상자도 속출, 구급환자 185명… 21명 이송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4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 초점거리를 조절한 촬영기법을 활용해 꽃잎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4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불꽃이 터지는 순간 초점거리를 조절한 촬영기법을 활용해 꽃잎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01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4일 밤 한국일보 사회부 채지선 기자가 원효대교 남단 부근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쓰레기 청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01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4일 밤 한국일보 사회부 채지선 기자가 원효대교 남단 부근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쓰레기 청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2014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 4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밤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가운데 15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로 꼭 껴안은 연인과 가족들이 손가락으로 불꽃들을 가리키며 가을 밤 정취를 만끽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광경은 여기까지. 74만명(경찰 추산)이 몰리는 등 12회째 맞은 불꽃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 안전사고 등의 문제점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기자가 행사가 끝난 9시 반부터 축제를 주최한 한화그룹 임직원 봉사단 500여명과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에 참여해본 결과, 시민에 걸맞은 공공 의식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공연 직후 시민들이 빠져나간 축제의 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거듭된 안내 방송이 무색하게, 치킨, 피자 등 배달음식을 시켜먹고는 앉았던 자리에 그 잔해를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시민들이 도처에서 띄었다. 곳곳에 널린 쓰레기로 100ℓ(71cmX111.3cm)짜리 대형 쓰레기 봉투 하나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면 족했다.

계단 끝, 다리 기둥 옆 등 한적한 귀퉁이다 싶은 곳에는 100ℓ 쓰레기 봉투 두세 장을 거뜬히 채울 수 있는 양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었다. 세우면 허리까지 오는 대형 쓰레기 봉투가 너무나도 작게 느껴졌다. 그런 쓰레기 더미들이 몇 발자국 뗄 때마다 발견되자, 쓰레기 수거 1시간이 다 되가는 시점에는 무력감이 몰려왔다. 끝을 알 수 없었기에 “보이는 건 다 치우겠다”는 의지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걸을 때 신문지와 비닐이 발에 걸리는 건 기본이고, 도로로 삐져나온 쓰레기 더미들은 귀가하는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아예 앉아 있던 자리에 싸구려 돗자리와 과자 껍데기 등을 그대로 두고 몸만 일어난 흔적 앞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쓰레기통이 불과 50m 정도 앞에 있는데도 자원봉사자들을 의식하지 않은 채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투척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줍는 시민도 있었다. 광진구 자양동 주민 박모(39)씨는 4살짜리 막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도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 두 자녀와 함께 길에 버려진 휴지조각 등을 집에서 준비해온 비닐봉투에 담았다. 박씨는 “매년 불꽃축제를 찾고 있는데, 집에 갈 때마다 거리가 아수라장이어서 암담했던 기억이 있다”며 “여기 있는 쓰레기를 다 주울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봉투와 장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대형 쓰레기통 60여개가 임시로 설치돼 그나마 작년보단 수월했지만, 준비해 온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 2,000장을 모두 사용해야 했다”며 “자신들이 만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가져가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미화원을 포함해 영등포구 소속 직원 164명은 새벽 3시까지 현장에 남아 뒷마무리를 했다. 영등포구 도시청결과 관계자는 “2.5톤 수거 차량 5대, 집게차 1대 등을 동원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40톤가량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많은 인파가 몰린 만큼 부상자도 속출했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185명의 구급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3명 등 2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람이 강에서 여의도 쪽으로 부는 통에 불꽃재 등이 눈에 들어가 고통을 호소한 이들이 많았다.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모인 보트들의 사고도 잇달았다.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강서구 마곡철교 상류 부근에서 선주인 배모(40)씨 등 성인 11명과 초등학생 2명 등 13명이 탑승한 12인승 요트가 중심을 잃고 뒤집어져 지나가는 어선과 한강경찰대에 의해 구조됐고, 오후 9시 30분쯤에는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에서 성인 4명이 타고 있던 보트가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다 구조됐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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