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960년대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의 격언처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막판에 전세가 뒤집히는 극적인 명승부가 속출했다. 결승선을 앞두고 몸을 던져 메달 색깔을 바꾸거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점수차를 뒤집고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써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여호수아의 기적
한국 육상의 기적이다. 남자 1,6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바통을 이어 받은 여호수아(27ㆍ인천시청)는 3위로 출발했다. 사실상 동메달로 굳어지는 순간, 여호수아는 2위를 달리던 400m 금메달리스트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승선 통과 직전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기 위해 트랙에 몸을 던졌다. 공식 결과는 3분4초03의 한국 신기록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00분의 1초까지 같았지만 사진 판독 끝에 상대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나 동메달을 은메달로 바꿔놨다. 여호수아는 사실 1,600m 계주팀이 아니었지만 허벅지를 다친 최동백(20ㆍ한국체대)의 대타로 나가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남자 농구, 어게인 2002
4쿼터 종료 2분2초 전, 점수는 70-75. 농구 팬들의 속은 타 들어갔다. 하지만 종료 1분9초를 남기고 양동근(33ㆍ모비스)이 추격의 3점포를 터트렸다. 이후 이란의 공격을 막은 뒤 김종규(23ㆍLG)가 양동근의 패스를 받아 3점 플레이를 연결해 76-75로 뒤집었다. 남은 시간은 36초. 이란의 파울 작전으로 종료 12.7초 전까지 79-77 근소한 리드를 지켰다. 이란은 마지막 공격에서 회심의 3점슛과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을 시도했지만 끝내 외면했고, 경기 종료 버저는 울렸다. 2002년 부산 대회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일궈낸 연장 드라마보다 더 짜릿한 대역전극이었다.
120분에 터진 28년 만의 남자 축구 금메달
남북 대결이 펼쳐진 남자 축구 결승전. 120분 동안 아무리 기다려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하늘에 운을 맡기는 승부차기를 준비하려던 찰나 연장 후반 추가시간 1분 김승대(23ㆍ포항)가 올린 코너킥이 이용재(23ㆍV바렌 나가사키)의 발을 거쳐 유일한 2부리그 소속이던 수비수 임창우(22ㆍ대전)의 오른발을 맞고 북한 골문을 향했다. 공이 골망을 흔들자 4만7,000여명의 관중은 침묵을 깨고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 28년간 기다린 금메달 꿈을 이뤄낸 이광종(50)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트랙으로 달려나가 선수들과 얼싸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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