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개편 탓 학습 중복·누락 발생
집중이수제 시행착오 등 학교 혼란
현재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내년 중학교에 입학하면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2009 교육과정은 학교가 특정 수업 시수를 20%까지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해 대부분의 학교가 주요 과목인 영어, 수학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2015년 개정될 교육과정에 따라 이번엔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배워야 한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위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초ㆍ중ㆍ고 12개 학년 중 8개 학년이 고교 졸업 때까지 3가지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7차 교육과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전면 또는 부분개정이 모두 14차례나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일선 학교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과정이 계속 바뀌면서 학생들은 배워야 할 과정을 중복·누락하거나 수준에 맞지 않는 교과서로 배우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2009년 개정안에 따라 고교 필수였던 국사가 선택으로 바뀌고, 여러 학기에 배울 과목을 한 학기에 배우도록 한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서 중1 학생이 고교 수준 국사를 배우게 된 것이 한 사례다. 임선일 여의도고 국사 교사는 “고교 국사가 선택으로 바뀌며 고1 수준의 역사 내용이 중학교 교과서에 편입됐는데, 집중이수제에 따라 대부분 학교가 중1에만 국사를 가르치다 보니 갑오개혁과 연관된 동학농민운동 등 과정이 복잡한 역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2007 교육과정 개정안은 초등 1~2학년은 2009년부터, 초등 3~4학년은 2010년, 초등 5~6학년은 2011년부터 적용됐는데 그러다 보니 형제들끼리도 교과서와 배우는 내용이 서로 다르다. 올해의 경우 중1·2, 고1 학생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 중3, 고2?3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배운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교사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한 교사가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가르치며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이 경험을 축적하고 연구할 여유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다급하게 교육과정 총론만 개정하고 교과서 등 후속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채 다시 교육과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진영효 서울 방원중 도덕교사는 “2009 교육과정에 따라 중학교 1~3학년에 배우던 도덕을 1학년 때 몰아 배웠는데, 교육과정 총론만 바뀌고 교과서는 나오지도 않아 1학년 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3학년 교과서로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집중이수제는 2013년 개정으로 다시 완화됐다.
정진후 의원은 “잦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학생과 교사가 혼란을 겪는 등 불편이 크다”며 “교육과정 개편은 교육적 사회적으로 합의와 필요에 의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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