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지음
한울아카데미ㆍ304쪽ㆍ1만8,500원
한국 사회의 결혼 적령기는 이미 30대를 넘어섰다. 20대는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쉽게 꿈꾸지 못한다. 책의 제목처럼 구태여 ‘솔로 계급’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진 않았겠지만 현재 청년 대부분은 자신이 적어도 가까운 시기에는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자손을 남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 우석훈은 솔로의 증가가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오로지 신자유주의 체제의 부정적 결말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비정규직의 확산과 한국 특유의 대기업ㆍ토건 중심 경제정책은 청년의 경제적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지는 부담이 남성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거기에 자식을 키우는 데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지금의 청년세대에는 없다.
물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육아를 담당하고 여성이 안심하고 일터로 뛰어들 수 있게 지원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책은 저출산 대책으로 청년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복지로서 최저임금 강화와 기본소득의 도입, 생활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확산, 서열식 교육의 개선, 그리고 양성 비대칭 문제의 완화 등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런 해법을 한국 사회가 선택할 수 있을까.
저자는 비관적이다. 한국 사회가 이런 방식 대신 청년 솔로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에 가깝게 전망한다. 권력의 중심에 선 50, 60대는 ‘내 자식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습이라는 개별 해법을 선호한다. 계급 사회가 다시 도래하고 청년의 독립은 오히려 점점 늦어진다. ‘기생 솔로’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보수층은 “결혼하라, 독립하라, 아이를 낳으라”고 압력을 가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년들은 대도시로 들어가 각자의 방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세대 갈등뿐 아니라 결혼하지 못한 남성의 여성 혐오가 심화할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솔로 계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책의 최종장은 ‘완화’가 아닌 ‘적응’이다. 뿐만 아니라 책의 대부분이 해법보다는 솔로 시대가 도래하며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이미 솔로가 되기로 결심했고 또 주변에 수많은 솔로들과 함께 살게 될 청년세대에게 ‘미래를 보는 대략적인 틀’을 제시하는 것이다.
청년 솔로들은 언젠가 구질서를 해체할 것이다. 하지만 그 위에 서는 새로운 질서가 개인의 더 격렬한 경쟁과 피로를 유발하는 중앙형 시스템일지, 재화와 에너지가 다양한 지역과 분야로 나눠지는 분산형 시스템일지는 알 수 없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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