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서 가정폭력범과 대치 중
흉기 들고 달려들자 쇄골에 발사
총기사용 규정 제대로 안 지켜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3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에도 경찰이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먼저 발사하는 등 총기사용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과잉대응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경안지구대 소속 김모(30) 경장은 동료 경찰관 1명과 이날 오전 2시 50분쯤 “동거남이 머리를 마구 때린다”며 도움을 요청한 김모(38ㆍ여)씨의 112신고를 받고 광주시 경안동 주택가로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김 경장은 20여분 뒤 집 안에 있던 동거남 김모(33)씨를 진정시켜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으나, 김씨는 갑자기 부엌에서 신문지에 싸 가지고 나왔던 흉기를 꺼내 자신의 목에 대고 자해할 것처럼 위협했다.
김 경장은 흉기를 버리라고 설득했지만 김씨가 동거녀와 김 경장 쪽으로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경장은 소지한 357구경 권총의 방아쇠를 두 차례 당겼고 실탄 1발이 동거남 김씨의 오른쪽 빗장뼈(쇄골)에 명중했다. 김씨는 곧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전 3시 27분쯤 사망했다. 지난 2012년 7월부터 동거해온 두 사람은 이날 따로 술을 마신 뒤 귀가해 다툰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자 김씨는 “경찰이 칼을 내리라고 2번 경고하더니 총을 쐈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위협을 느껴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격발하고 1,2초 뒤 다시 한 발을 쐈다”고 진술했지만, 공포탄은 발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거된 김 경장의 권총에는 탄피(실탄) 1발과 실탄 2발, 공포탄 1발이 남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경장이 방아쇠를 반 정도 당기면서 실린더가 돌아가 공포탄이 발사되지 않았고, 다시 방아쇠를 당기자 실탄이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바로 사용한 사건은 한 달여 전인 8월 31일 서울 방배동에서도 있었다. 경찰은 흉기 2개를 들고 난동을 부린 30대 여성에게 실탄 2발을 쏴 제압했는데, 당시에도 공포탄이 장전돼 있는 실린더가 돌아가 실탄이 발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했더라도 경찰이 총기사용 수칙을 위반한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총기사용 수칙은 공포탄을 발사한 뒤 실탄은 하반신을 겨냥하도록 하고 있지만 김 경장이 쏜 총탄은 숨진 김씨의 상반신에 맞았다. 2인 1조로 출동할 경우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 또는 가스총을 소지해 1차 제압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본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김 경장 등은 출동 때 가져간 가스총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해당 지구대에 비치된 테이저건 3대도 모두 다른 경찰관이 휴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경찰 지휘부의 느슨한 대응이 잇단 총기 사고 및 과잉대응 논란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방배동 총기사고에 대해 “급박한 상황에서는 현장의 순간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관련 경찰관 2명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일선서 강력팀 형사는 “강 청장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직무를 집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총기 사용도 면책 범위가 넓어진 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포탄이 먼저 발사되지 않은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권총의 정밀 감식을 의뢰하고, 김 경장이 경찰장비관리규칙을 준수했는지 감찰에 들어갔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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