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면역거부 반응 없는 형질전환 돼지 생산 성공
국내 연구진이 면역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당뇨병 치료용 췌도를 제공할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했다. 췌도는 췌장(이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 덩어리(랑게르한스섬)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췌도이식용 형질전환 돼지와 그 새끼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돼지들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생기는 염증을 막는 단백질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종 이식 때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형질전환 동물이 생산되기는 처음이다. 당뇨병의 근원적 치료에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의 논문은 장기이식 분야 학술지인 ‘트랜스플랜테이션’ 최신호에 실렸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은 2030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를 지난해(2억8,460만명)보다 54% 늘어난 4억3,8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뇨병의 근원적 치료 방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다른 사람의 췌장이나 췌도를 직접 이식하는 것이지만, 기증 장기는 부족하고 동물의 장기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이식이 어려웠다.
이들 연구팀은 장기를 이식할 때 발생하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항염증 형질을 지닌 복제돼지를 생산해낸 데 이어 자연교배를 통해 형질전환 새끼 세 마리(암컷 2, 수컷 1마리)를 확보했다. 이들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이종 장기가 몸 속에 들어왔을 때 염증을 발생시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티엔에프-알파)를 차단하는 특정한 단백질(sTNFRI-Fc 융합단백질)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돼지의 췌장에서 췌도를 따로 떼냈을 때 세포 스스로 죽는 것을 방지하는 항산화 유전자는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별도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안 교수는 “장기이식 때 극복해야 할 여러 형질 가운데 한가지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다른 형질을 지닌 돼지들과의 교배를 통해 다중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연구비 등 여건이 갖춰지면 영장류 실험 단계를 거쳐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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