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기준금리 인상 예고 / "달러화 대세 상승에 들어섰다"
日, 경기 부진에 돈풀기 지속 / "당분간 1달러=110엔대 정착"
그 이상 갈지는 글로벌 경제에 달려, 환율에 취약한 우리 경제엔 위기
거침없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추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한국 경제의 메가톤급 변수로 떠오른 강(强)달러-엔저 폭풍을 두고 시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적어도 향후 1년 가량은 현재의 기조가 유지되리라는 데 큰 이견은 없는 상태. 다만 그 기간이 1~2년에 그칠지, 그 이상 갈 지는 미국과 일본, 글로벌 경제상황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2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몇 일 간 숨가쁘게 치솟던 강 달러 기세는 이날 잠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전날 6년 만에 달러당 110엔 선을 넘어섰던 엔ㆍ달러 환율은 108엔대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뿐 조만간 강세 기조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무엇보다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 상반된 미국의 경제상황 때문.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 통화당국은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경기부진에 여전히 돈 풀기 모드를 지속 중인 유럽이나 일본과 반대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있는 이유다. 전세계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달러인덱스)는 올 들어서만 7% 넘게 급등했다.
관심은 이 같은 추세가 얼마나 오래갈 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 달러화의 대세 상승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ING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 크리스 터너는 1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가 앞으로 최소 2년은 더 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의 경기지표 호전에 더해 1980년대 초반 이후 30년 만의 저금리기조, 2008년 이후 6년 만의 양적완화 조치 종료 등으로 달러가치가 역사적인 상승장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기적인 달러가치는 대략 10년 주기로 약세와 강세를 반복했는데 이론적으로는 향후 10년간 달러가 강세를 띨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대로 엔화는 상당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당분간 엔화 가치가 110엔대 수준에 정착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내년 말까지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120엔대까지 올라갈 것이란 노무라증권 등의 전문가 전망도 더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29일 집계한 전세계 14개 주요 투자은행(IB)의 엔ㆍ달러 환율 전망치 역시 1년 후 엔화가치를 달러당 112엔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환율 수준과 최근 기조의 지속 여부에는 적잖은 변수가 있다. 달러화의 경우 미국 경기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한데다, 중동ㆍ우크라이나 등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인기를 높이면서 장기금리가 낮아져 달러화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 고질적인 미국의 재정적자 역시 강달러에는 취약 요소다.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성패와 운명을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지금 같은 돈 풀기 정책이 지속될 경우 엔저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다만 일본 정부가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정책방향을 틀거나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본격화할 경우 엔화가치는 반등 또는 급추락의 양방향으로 모두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환율 대변동기 초입에 선 만큼 환율 변동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위기감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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