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위에 아무도 없었다
요정의 성대한 대관식
‘요정’의 ‘여왕 대관식’은 완벽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한 몸이 돼 수구를 다루고, 발랄함부터 애잔한 표정의 연기까지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었다. 1분30초씩 네 차례 총 6분간 숨죽인 관중은 한 편의 연기가 끝나자 감탄을 쏟아냈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써 온 손연재(20ㆍ연세대)가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빚었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곤봉(18.100점)-리본(18.083점)-후프(18.216점)-볼(17.300점) 네 종목 합계 71.699점을 받아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메달은 덩썬웨(중국ㆍ70.332점)에게 돌아갔다.
손연재가 국제 무대에서 최정상급 선수들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18점대를 세 종목에서 획득해 탈아시아급 기량을 재확인했다.
가장 먼저 곤봉 종목에 나선 손연재는 ‘루나 메조 마레’(바다 위에 뜬 달)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18.100점을 받았다. 전날 예선에서 18.016점을 기록한 데 이어 이틀 연속 18점대를 취약 종목에서 찍고 자신감을 쌓았다. 반면 리본 연기를 첫 번째로 펼친 덩썬웨는 17.483점을 받아 기 싸움에서 밀렸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손연재는 두 번째 종목 리본에서도 18.083점을 수확했다. 손연재의 명품 포에테 피봇(한 쪽 다리를 회전축으로 삼고 다른 다리를 180도 공중으로 뻗어 회전하는 기술) 역시 무난했다.
손연재는 가장 자신 있는 후프 종목에서 ‘금빛 연기’에 쐐기를 박았다. 아시안게임 직전 세계선수권에서 동유럽 강호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따낸 종목인 만큼 연기를 펼치는 내내 자신감이 묻어났다. 후프를 공중으로 던진 뒤 몸을 관통시키는 난도 높은 기술도 무난히 성공하며 네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18.216점을 받았다.
마지막 연기 전까지 덩썬웨와 2점 가깝게 격차를 벌린 손연재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볼 종목에 임했다. 볼을 놓치는 실수로 17점대에 그쳤으나 메달색깔을 바꾸지는 못했다. 손연재는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김주영 대표팀 감독과 금메달을 확신하는 점수를 확인하고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