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산 과량 제품 신고받고도 "제재 기준 없다" 아무런 조치 안해
실신 등 확인된 피해자만 53명, 식품 안전성 감독기관 직무 유기
시음 후 10분 안에 호흡곤란에 혼수상태까지 이른 불량 산수유 제품에 대한 신고를 받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량이면 인체에 치명적인 첨가물인 것을 알면서도 “제제할 수 있는 최소량 기준이 없다”며 눈감았는데, 확인된 피해자만 53명이다. 식품 안전성을 감독하는 주무 부처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2일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식품위생법 위반 종합수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말 가짜 산수유 제품을 만들어 판 혐의로 이천백사산수유 대표 차모(59)씨와 공범 유모(59)씨를 붙잡았다.
차씨 일당이 만든 ‘흑산수유코르닌겔’(제품명)에는 니코틴산이 1포(35ml)당 최대 229㎎이 들어갔다. 식약처가 고시한 하루 섭취 권고량(4.5~23㎎)보다 최대 51배 많은 양이다. 니코틴산은 고콜레스롤혈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니코틴 산화물로 하루 50㎎을 섭취할 경우 발열과 구토, 피부가려움증 등을 초래하고 장기간 복용하면 간기능 장애 등이 발생한다.
차씨 일당은 아예 부작용을 악용해 큰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피해자들이 발열과 홍조 등을 호소하면 업자들은 “산수유의 혈액순환 효과로 몸이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속 판매했다. 의심하는 피해자에겐 병원 치료비도 대면서 “안심하고 복용하라”고 계속 권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 6명은 실신과 사지마비, 혼수상태로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차씨 일당은 원가 32원인 불량 산수유제품 1포를 박스(30포)당 19만8,000원에 팔아 3년간 735억원을 챙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박사랑 판사는 올해 8월 주범 차씨에게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29억 9,000만원을, 공범 유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9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식약처는 앞서 2011년 7월 심각한 피해 신고를 받아 제품을 수거하고도 석 달 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시가 지난해 10월 식약처에 문제 제품의 유해식품 여부와 부작용에 대한 질의를 보냈을 때도 “피해자들의 부작용은 니코틴산을 과량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과 다르다”고 답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2007년 발간한 ‘건강기능식품 사용 비타민·무기질 위해평가 설명서’와 니코틴산 제제 생산 제약사에 보낸 ‘니코틴산 사용상 주의사항’등을 보면 니코틴산 과다 섭취 부작용이 피해자들의 증상과 일치 또는 유사했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가 2011년 말과 지난해 9월 두 차례 유해성 여부를 묻자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니다. 문제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에서 니코틴산 1일 권장 섭취량은 임의기준이고, 식품에선 니코틴산 함량을 ‘최소량’으로만 규정해 1일 권장량 이상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하루 권장섭취량의 최대 51배에 이르는 니콘틴산 함량은 최소량을 넘어서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며 식약처는 관리감독 의무를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니코틴산의 최소 섭취 사용량 기준을 명시하고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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