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전 사업팀장인 오모 전 대령이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에 고물 음파탐지기를 설치한 혐의로 구속됐다. 관련 서류를 조작해 미국 H사의 음파탐지기를 41억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시중에서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1970년대식 낡은 모델이었다. 2012년 진수된 통영함은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구조함’이라고 자랑했지만 엉터리 음파탐지기 때문에 정작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구조현장에는 투입되지도 못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계기가 돼 1,590억원을 들여 건조한 함정이 아직도 해군에 인도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처럼 부패한 고위장교의 탐욕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오 전 대령이 통영함의 다른 부실장비 납품도 결정했고 전역 후엔 이 부품업체에 취직을 했다는 사실이다. 오 전 대령은 152억원이 투입된 통영함의 발전기와 엔진 구매업체 선정 시 내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납품업체를 S사로 결정했다. 그 후 S사가 납품한 발전기는 고장이 났고 이로 인해 통영함 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역 한 뒤 2개월 만에 보란 듯이 S사의 간부로 취직했다.
현직에 있을 때 특혜를 제공하고 전역 후에 해당 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군(軍)피아’의 전형적인 행태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역 후 사기업체에 취업한 대령급 이상 장교들이 10명 중 4명꼴로 방위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취업자 대부분이 퇴직한 지 하루 이틀 만에 재취업했다. 현직에 있을 때 취업을 미리 예약했다는 얘기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없으면 퇴직한 날부터 2년 동안 유관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가 얼마나 형식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군의 납품 비리에 국민들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비리의 종류도 무기와 군용품부터 식품과 자재에 이어 군사기밀까지 종류와 범위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군은 방산 비리를 근절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차피 자신들도 같은 경로를 가게 된다는 동류의식이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신경, 무대책일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이 어렵게 모아 낸 세금은 뒤로 새고 국가 안보에는 구멍이 뚫리고 있다. 군 당국은 만연한 군납비리 실태 점검과 군납업체 선정시스템, 장교들의 유관업체 취업실태 파악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피아 비리를 뿌리뽑을 특단의 대책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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