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피츠버그에 8-0
류현진(27ㆍLA 다저스)의 별명 중 하나는 ‘원정 전사’(Road Warrior)다. 올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록한 14승(7패) 중 10승(4패)을 원정 경기에서 따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38. 반면 원정 평균자책점은 3.03이다. 지난달 13일 어깨 통증을 느낀 샌프란시스코(1이닝 4실점) 전만 아니었다면 올해 원정 경기 평균자책점은 2점 대였을 터다.
그런데 이런 류현진 보다 원정 성적이 더 뛰어난 투수들이 있다.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11승1패ㆍLA 다저스), 세인트루이스의 애덤 웨인라이트(11승6패)가 주인공이다. ‘능구렁이’ 매디슨 범가너(25ㆍ샌프란시스코)도 이 그룹에 낀다. 어린 나이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공을 던지는 범가너는 원정에서 11승4패, 2.22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올해 거둔 18승(10패) 중 절반 이상을 ‘집 떠나’ 챙겼다.
피츠버그와 샌프란시스코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결정전이 벌어진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 리그 홈 승률 1위(51승30패ㆍ0.630) 피츠버그 타선과 ‘원정 극강’ 범가너가 만났다. 결과는 샌프란시스코의 8-0 완승. 범가너는 9이닝을 4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완봉승을 거뒀다. 총 10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이 10개나 됐다.
타선에서는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가 만루 홈런으로 범가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지난달에만 타율 3할6푼5리에 장타율 5할4푼1리를 기록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운명을 좌우할 선수로 꼽힌 그는 0-0으로 맞선 4회 그랜드슬램을 폭발했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에딘손 볼케스의 밋밋한 너클 커브를 걷어 올렸다.
범가너는 경기 후 “일방적인 피츠버그 관중의 응원 등 외부적인 요소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내 할 일만 하자고 집중했다”며 “크로포드 만루 홈런이 정말 컸다. 그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격수로는 최초로 포스트시즌에서 만루 홈런을 때린 크로포드는 “수많은 전설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내가 해냈다니 행복하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포스트시즌이 목표였다. 남은 경기 더 집중하겠다”고 웃었다.
2010년,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올해 다시 ‘짝수해 우승’에 도전하는 샌프란시스코는 4일부터 동부지구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시리즈를 치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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