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수만마리의 바다코끼리가 해안으로 쏟아져 나오는 등 기이현상이 나타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NOAA)는 지난달 30일 북극해 포유류 연구를 위해 항공 관측을 하던 중 바다코끼리 3만5,000마리가 알래스카 포인트만 근처 추크치 해안으로 무리 지어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NOAA가 연간 항공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3만 마리가 넘는 바다코끼리가 해안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바다코끼리는 얼음 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새끼를 낳는다. 특히 이들은 물개와 달리 무기한으로 수영할 수 없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꼭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USGS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얼음이 녹고 몸 댈 곳이 사라지자 바다코끼리들이 대규모로 해안으로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USGS는 또 바다코끼리들이 해안에서 생활하면 얼음 위에서 지낼 때보다 먹이 구하기가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다코끼리들은 먹이가 풍부한 바다 곳곳에 있는 얼음을 오가며 자유롭게 사냥을 했지만, 해안 지대에서는 이러한 사냥 활동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새끼 바다코끼리 같은 경우에는 어른 바다코끼리나 북극곰 등에 밟혀 죽거나 사냥꾼에 쉽게 포획될 수 있어 해안 생활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9월 알래스카에서는 130마리의 새끼 바다코끼리 시체가 짓밟힌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미국 국립 설빙연구소가 “북극 해양의 얼음이 최소 면적에 도달했다”며 “위성 기록상 역대 여섯 번째로 작은 수치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북극 관련 연구들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데다 기이현상까지 속속 나타나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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