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 中서 고전 탓, 신종균 사장도 8개월째 물밑 행보
계열사 공장 이전 등 사업조정 계획도… 그룹 측은 "인위적 인력 감축 없다"
삼성그룹 내 A 계열사 B 차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사내에는 벌써부터 연말인사 때 태풍이 불 것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직원들끼리 모인 저녁 자리에서도 화제는 인사얘기다. 그는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다”며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알아보려 나서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 위기감은 근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조돼 있다. 하반기 실적 악화 전망과 함께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사업 구조조정 징후 탓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선 연말 인력 감축 방침과 더불어 희망 퇴직까지 실시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위기감의 진원은 역시,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다. 올해 2분기 7조2,000억원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원대 중반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다. 1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각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토종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게 최대 원인.
무선사업부 현장 직원들 사이에 위기감은 이미 올 여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한 현장 관계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회사 걱정 때문에 여름 휴가를 자진 반납한 직원들도 꽤 있었다”며 “하반기 상황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경영진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8개월째 공식행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신 사장은 올 7월 독일 베를린에서 하반기 전략폰인 ‘갤럭시 노트4’ 출시 행사로 열렸던 ‘삼성 모바일 언팩’과 9월말 서울 서초사옥에서 개최된 국내 출시 간담회장에도 불참했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갤럭시S5’를 발표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갤럭시’ 시리즈 탄생 주역으로, 주요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언제나 자신감 넘친 모습으로 등장했던 종전 모습에 비춰볼 때, 신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뿐이고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석연치 않다는 시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10시간 이내 해외 출장엔 이코노미석 탑승과 성과급의 25% 반납 등 비용 절감 방침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 현재 사업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지난달 500명의 소프트웨어 담당 인력을 생활가전 및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무선사업부 관할인 노트북이나 디지털카메라 판매실적도 부진하다. 노트북은 지난해 말 동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올해 5월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최근 유럽시장에서도 판매를 중단했다. 올해 3월에는 국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 1위자리를 일본 소니에게 넘겨줬다. 디지털카메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5월 “향후 3년 이내에 1등으로 만들라”고 주문했던 사업이다.
무선사업부에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 분위기 역시 암울하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담당하는 삼성전기(폐쇄회로기판)와 삼성디스플레이(액정화면), 삼성SDI(배터리) 등의 주가는 최근 최대 40%까지 시가 총액이 줄어들 정도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경우에도 비용 절감과 더불어 생산 효율성 차원에서 지난달 말 경남 창원의 폐쇄회로(CCTV)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 톈진(天津) 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없다는 게 삼성그룹의 기본적인 경영 방침이다”면서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하고 전망까지 어둡다 보니, 다른 계열사들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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