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실효성 의문
정부가 100년 가는 주택을 만들겠다며 내놓은 이른바 ‘장(長)수명 아파트’의 골격이 확정됐다. 잦은 재건축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 자원낭비 문제 등으로 주택 수명 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관련법 개정을 거쳐 건물의 내구성을 높이고 구조변경이 쉽도록 안을 마련한 것. 하지만 정부가 ‘9ㆍ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국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단축한 터라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월 25일부터 1,000가구 이상 규모의 아파트에 대해 장수명 주택을 짓도록 의무화 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관련 요건을 담은 ‘장수명 주택 인증 기준’을 마련해 입법ㆍ행정예고 한다고 1일 밝혔다. 국내 아파트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 벽식구조로 지어져 벽 등에 묻힌 설비가 노후화 될 경우 개ㆍ보수가 어려워 재건축 수요를 유발하는 점을 감안, 오래가면서 리모델링이 쉬운 집을 만들겠다는 것. 정부는 장수명 주택의 설계 기준을 ▦내구성 35점 ▦가변성 35점 ▦유지보수용이성 30점 등 총 100점으로 점수화하고, ‘최우수’(90점 이상) ‘우수’(80점) ‘양호’(60점) ‘일반’(50점)으로 등급을 구분해 인증을 받도록 했다.
내구성은 콘크리트의 강도가 세고 피복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점수가 높으며, 가변성은 구조변경이 얼마나 쉬운지를 평가한다. 수리 용이성의 경우, 설비의 개ㆍ보수나 점검이 쉽도록 공용배관 등이 독립적으로 확보했는지 살핀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수 등급 이상의 장수명 주택은 용적률ㆍ건폐율을 최대 10%까지 완화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재건축 연한의 상한선을 30년으로 단축한 정부의 최근 방침과 배치돼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를 하고 있다. 장수명 아파트로 지정되더라도 재건축에 대한 제한이 없어 신축 후 20~30년 만에 얼마든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수 있기 때문. 또 현재 재건축을 앞둔 지역의 경우, 1,000세대 이하면 장수명 아파트 인증요건을 따르지 않아도 돼 추진동력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용적률 혜택만 받고 재건축에 나서는 무늬만 ‘100년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세대기준도 지난해 공청회 당시 500세대에서 완화되면서 적잖은 재건축 아파트가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안 팀장은 “장수아파트로 인증되면 일정등급 이상은 재건축을 제한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