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개털(돈 없는 사람 둘이 만나는 것)’은 ‘노답(답이 없다는 뜻)’이야.” 20대 남성의 구애에 20대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자본 없는 20대끼리 연애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0대가 자본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은 다른 세대와 맺어져 ‘부의 재분배’를 이뤄야 한다고 믿었다. 계획은 이렇다. 중산층 50대의 가정이 합의 의혼을 해 재산을 반씩 나누고, 남은 재산으로 20대 청년들과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계획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중산층 50대 부부를 함께 찢어놓자는 제안이다. 20대 남자는 석연치 않았지만 일단 동의하고, 두 남녀는 타깃을 물색한다. 그들의 눈에 삶이 지루해 보이는 중년 부부가 눈에 띄고 20대 남자는 그 가정의 부인을, 여자는 남편을 유혹하기로 한다. 계획대로 일은 진행되지만 남자는 여자가 50대 남성과 몸을 포개는 것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막장의 서막이 오르는데….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해볼까 생각하며 끄적였던 소설의 도입부다. 12월 초에 응모가 마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 해는 제출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소개해본다.
이런 내용의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한국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로서 한계를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은 높아진다는데 내 소득은 적다. 시급 6,000원 알바를 하는 데도 바라는 게 많다. 영어학원 보조강사였는데, 학원 측에서는 학부모들과 면담도 잘하고 영어로 ‘프리토킹’ 할 수 있길 바랐다. 우수한 인재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걸로 보였다.
많은 소득을 담보하는 직업은 한정돼 있고, 심지어 점점 줄고 있다. 그렇기에 경쟁은 치열해진다. 가뜩이나 등록금도 비싼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스펙’을 쌓는 데에도 다 돈이 든다. 어느 정도 부모님이 경제적 여유가 있지 않은 청년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고? 우리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도 있고, 창업해서 열심히 일해도 임대료로 절반 이상 가져다 바치는 경우가 많다.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않는다. 전세금이라도 마련하면 좋겠지만, 전세금 올라가는 속도도 무시무시하다. 부모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청년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부모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들은 더욱 수렁에 갇힌 기분을 느낀다.
빈부격차와 삶의 불안감이 커지고, 기회의 평등이 요원해진 사회에서 청년이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젊은이들이 출산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느끼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의 재분배와 기회의 평등을 고려한 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한데, 일반 서민들이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 세제 개편과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혜택을 더 많이 받는 복지정책을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4050세대도 노후 걱정, 자식 걱정으로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자본을 증식할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졌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역동적인 경제성장기에 취업의 기회가 더 많았던 것, 집이 살만한 가격인 시기를 경험한 적 있다는 것, 그렇게 집을 사놓고 계속해서 집값이 상승한 결과로 지금의 자본을 형성했다는 것, 지금보다 높은 이율로 저축의 결실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자는 거다. 그걸 인정하고 축적된 부를 젊은 세대와 정의롭게 나눌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 나라에서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여 나는 ‘막장소설’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계층이동이 고착되고 세대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대, 효과적으로 부를 재분배 하며 낮아진 출산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제시하는 ‘애국소설’! 재미도 의미도 있지 않을까? 소설보다 영화가 더 파급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는 게 애국이다’라고 홍보하면 명량처럼 1,700만 명 이상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끌리는 투자자ㆍ제작사 분들은 monthlyingyeo@tistory.com으로 연락을….
최서윤 (격)월간잉여 발행ㆍ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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