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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북아 원자력 공동체'를 만들자

입력
2014.1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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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처럼 원자력이 필요하면서도 많은 원자력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 지역은 없다. 한국ㆍ중국ㆍ일본 3국은 세계 원전 중 20%가 모여 있는 원전 과밀지대이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이 완공되면 15년 후 세계 원전의 30%에 달하는 총 200여기가 들어서게 된다. 한ㆍ중ㆍ일은 인구밀도가 높고 상호 인접한데다, 원전이 도시와 해안의 인구밀집지역과 인접하여 원전사고 시 대량피해가 예상된다. 편서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특히 한국이 주변국의 원전사고에 취약하다. 또한 원자력시설은 사보타주와 테러, 군사공격으로 인한 핵안보 위험에 노출된다. 세계화 추세와 더불어 동북아 대도시도 더 이상 핵테러와 방사능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누구도 원전을 포기할 형편이 안 된다. 당분간 원자력이 에너지 부족과 기후변화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북아 국가들이 어떻게 원자력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대형사고 위험성을 제거할 것인가.

1990년대부터 전문가들은 유럽의 원자력 협력기구인 ‘유라톰(EURATOM)’을 모방한 ‘아시아톰’이나 ‘동북아톰’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1958년 설립된 유라톰은 핵비확산, 원자력안전, 핵안보, 평화적 이용 등 모든 원자력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협력체제와 강도 높은 공동감시체제를 도입했다. 유라톰 국가들은 원자력 공동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원자력산업을 공동육성하며, 핵연료 공급을 공동보장하고, 원전 전기의 혜택도 공동으로 누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고강도 안전성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선도한 것도 유라톰이다.

과거 아시아톰이 제기한 배경에는 냉전의 붕괴와 더불어 동북아에도 원자력 지역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한ㆍ중ㆍ일 삼국은 원자력 지역협력에 매우 인색하다. 역내 국가주도적 원자력 정책, 농축재처리 역량의 차등적 지위, 한일의 미국 지향적 원자력정책, 중국의 독자적 원자력정책, 역내국가 정치적 갈등 등이 그 배경이다. 역내 원자력 협력의 핵안전ㆍ핵안보ㆍ경제ㆍ과학기술적 공동이익이 확연하지만, 비협조적 타성과 정치가 아직 지배적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한국이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중견국외교’를 제창하며 이런 동북아적 타성과 정치의 변혁을 요구했다. 동북아 구상은 우선 협력이 용이한 분야부터 시작해 역내 협력의 문화와 관행과 제도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이와 관련, 원자력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 협력이 쉽지 않지만 협력 시 실용적ㆍ정치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핵테러 위험의 증가로 원자력 협력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올 3월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핵안보 협의체’를 제안하고, 8ㆍ15 경축사에서는 ‘동북아 원자력안전 협의체’를 제안했다. 또한 동북아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핵연료 공급, 미래 원전시스템 개발 등 협력과제도 갖고 있다. 이런 공통의 도전과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원자력 공동체’의 설립을 재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추진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핵안보, 원자력안전, 평화적 이용 등 3개 분야의 ‘동북아 원자력 협의체’를 우선적으로 가동한다. 이 협의체는 동북아 원자력 공동체의 징검다리이며 핵심 요소이다. 둘째,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약속하기 위해 ‘동북아 원자력 협력기금’을 조성하고, ‘동북아 핵정책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한다. 기존 원자력 협력자금과 시설을 활용하면 최소한 신규투자로 가능하다. 셋째, 정부의 핵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외교부에 ‘국제안보ㆍ원자력협력국’을 설치하고, 민간부분의 핵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정책연구센터’를 설치한다. 주변국과 원자력 선진국 중 한국만 이런 기관이 없다. 마지막으로 동북아의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협력을 2016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주요 공동성과물로 제시하도록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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