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ㆍ기업 실적 부진 등 겹쳐 외국인 하루 동안 2067억 팔아
원ㆍ달러 환율 6개월 만에 1060원대
엔화 약세도 시장 불안감 부채질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달러화 가치 급등에, 대외 불안,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까지 겹치면서 분주히 몰려들던 외국인 자금이 등을 돌리는 상황.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 약발도 더 이상 먹혀 들지 않는 모습이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55포인트(1.41%) 급락하면서 1,991.54로 마감했다.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7월14일(1,993.88) 이후 처음이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67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상반기 연일 매수세였던 외국인들은 지난달 들어 매도세로 전환해 한 달 만에 8,340억원을 순매도 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가 임박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 경기둔화, 홍콩 시위 격화 등 신흥국 리스크가 커졌고, 우리 기업들의 실적악화 전망까지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강(强) 달러 현상에 외국인 자금이탈로 인한 달러 수요까지 대거 몰리면서 달러 가치 상승,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오른 1,062.7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060원대로 오른 것은 4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또 달러 강세로 외국인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는 구조”라며 “환율과 실적 등 복합 요인들이 한번에 작용하면서 증시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도 금융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장중 달러당 110.08엔을 넘으면서 2008년 8월 이후 6년여만에 처음으로 110엔을 돌파했다. 엔저는 일본과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수출 대기업에 상당한 부담.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엔ㆍ달러 환율 증가 속도가 원ㆍ달러 환율 증가 속도보다 가팔라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엔저가 계속될 경우 대형주 위주의 기업이익 악화로 증시 상승동력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엔저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를 기울여 보고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가가 큰 폭의 반등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여기엔 한 때 주가를 2,100 문턱까지 끌어올렸던 ‘초이노믹스’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긴 어렵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근환 투자전략부장은 “정부 경기부양책에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은 맞지만 효과가 입증돼야 다시 박스권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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