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이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가 백악관으로서는 다른 정상만찬과 달리 유별나게 신경 쓰이는 자리였다. 이유는 모디 총리가 힌두교 금식 기간에 맞춰 단식 중이어서 만찬 자리에서도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미리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클린턴,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총요리장이던 월터 샤이브는 미국을 방문한 정상이 오랫동안 단식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국 정상이 아무 것도 먹지 않는데 혼자 먹으며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란 먹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신경 쓰일 게 없을지 몰라도(먹는 걸 보고 있으면 배는 더 고프겠지만) 먹어야 하는 사람은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예고한 대로 모디 총리는 이날 만찬에서 빈 접시와 물 한 잔만 앞에 두고 식사를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식사를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자신은 괘념치 말고 준비한 대로 식사 하시라고 한 모디 총리의 배려에 감사하며 가벼운 저녁식사를 했다.
메뉴는 전채는 아보카도와 염소젖 치즈, 메인은 넙치살구이와 쌀밥, 후식은 호박 크렘브륄레였다. 술도 나왔다. 캘리포니아산 샤르도네(화이트) 와인이었다. 인도측도 수행원들은 식사를 했지만 이날 만찬은 참석자 규모가 크지 않아 20인분 정도만 차렸다고 한다. 2009년 미국을 방문한 만모한 싱 총리가 오바마와 만찬을 할 때는 초대손님까지 포함해 모두 300인분의 식사가 준비됐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26일 미국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전날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지는 힌두교의 나브라트리 기간에 맞춰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 ‘아흐레간의 밤’이라는 뜻의 나브라트리는 힌두교가 두르가 여신을 기리고 가을이 오는 것을 반기는 축제다. 힌두교 신자들은 이 기간 동안 과일만 먹는다거나 고기를 피한다거나 하루 한 끼만 먹는 등의 다양한 단식 방법을 택한다. 모디 총리는 엄격한 힌두교 신자로 40년간 이 기간 물만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언 인턴기자(동국대 국제통상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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