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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 대표팀의 박태관이 펼친 ‘두 번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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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 대표팀의 박태관이 펼친 ‘두 번째 기회’

입력
2014.10.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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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관(23ㆍ중앙대).
박태관(23ㆍ중앙대).

‘두 번째 기회’

2012년 7월 경기 수원 시내 한 중고 서점을 찾은 박태관(23ㆍ중앙대)은 진열대를 장식 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괜히’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야구 선수로 청소년기를 보낸 박태관은 인천 아시안게임 크리켓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될 ‘기회’를 잡았다. 책 제목처럼 야구에 이은 크리켓 선수로서 두 번째 기회였다.

야구는 중학교 1학년 때 발을 들여놓아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투수로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하지만 스무 살의 박태관은 더 이상 야구로 미래를 꿈꿀 수 없었다. 어깨 부상이 겹쳐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2010년 마운드를 떠났다. 야구는 그만뒀지만 수원시의 리틀 야구단 코치 생활을 하며 1년간 학업을 이어갔다.

두 번째 기회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2012년에 크리켓이 인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대한크리켓협회에서 일하던 친구의 형이 박태관에게 크리켓 국가대표가 될 것을 제안한 것. 박태관은 1일 기자와 통화에서 다시 운동 선수로 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미 야구에 대한 미련도 없었고 다만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움직였다”며 “운동을 하면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를 할 수 있겠다는 것 자체가 고맙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시안 게임을 위해 모인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나름의 두 번째 기회를 펼친 사람들이다. 체육교사 출신, 대학원생, 외국에서 어린 시절 크리켓을 즐기던 선수 등 면면이 다양하다. 15명의 선수들 중 7명은 박태관과 같은 야구 선수 출신이다. 늘 15명이 그대로 유지됐던 것은 아니다. 박태관은“초창기 멤버들 중 야구선수 출신 세 명은 열악한 환경과 2년 동안 크리켓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크리켓 대표팀은 한동안 수입도 없이 훈련에만 전념해야 했고 2013년 3월이 돼서야 대한체육회로부터 한 달에 8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으면서 훈련을 이어나갔다.

비인기 종목 선수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기도 했다. 박태관은“사회에선 우리가 야구를 하다가 크리켓을 한다는 이유로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며 서운한 심정을 털어놨다. SNS에서 비수를 꽂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태관은 “아시안게임 개막식 전날 대표팀 전원이 인천 강화도 마니산에 올랐다. 응원해 달라고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누군가‘남들은 메달 따려고 열심히 운동하는데 등산이나 한다’며 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박태관은 두 번째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그는 크리켓공보다 야구공을 훨씬 오래 잡았지만 크리켓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박태관은 “1점 내기도 어렵고 변수가 많은 야구보다 공수 교체가 빠른 크리켓이 훨씬 재미있고 나에게 잘 맞는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세계 최강팀 스리랑카를 상대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크리켓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목표로 2년을 달려왔지만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박태관을 비롯한 몇몇은 군대를 가야하고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박태관은 이미 크리켓에 푹 빠졌다. 그는 “군제대 이후 해외에 나가서 크리켓에 대한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며 “아시안게임을 위해 급조된 대표팀은 해체되지만 크리켓은 아시안게임에서 계속된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국 크리켓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29일 열린 중국전에서 88-82로 승리했다. 국제대회 사상 첫 승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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