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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계단 돌들이 빚은 '구계등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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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계단 돌들이 빚은 '구계등 오페라'

입력
2014.10.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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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선 세 번 웃는다고 한다. 경치에 웃고, 맛에 웃고, 인심에 한번 더 웃는단다. 그래서 ‘빙그레 웃을 완(莞)’, 완도다.

▷자연의 오페라 구계등과 국내최대 난대림 완도수목원

‘촤르르’물소리도 아니고 ‘또르르’돌 구르는 소리도 아니다.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 해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100가지 소리를 낸다고 ‘백색음’이라 이름 붙였다. 돌의 크기와 파도의 강약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특히 파도가 쓸려 내려갈 때 돌과 물이 빚어내는 소리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자주온다는 완도관광해설사 강미영씨는 편안하고 아름답고 시원한 자연의 오페라라고 자랑한다. 녹음해서 집에서 들을 정도로 푹 빠졌다. 크고 작은 돌들이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어서 구계등이다. 수심이 깊어 해수욕은 할 수 없지만 일출 일몰 광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나 있다.

완도읍 정도리 구계동 자갈해변으로 파도가 치고 있다. 파도가 드나들 때 돌 구르는 소리가 100가지 소리를 낸다고 할 만큼 황홀하다. 통일신라시대 황실의 녹원지로 지정될 만큼 자갈해면과 배후 숲의 조화가 아름답다.
완도읍 정도리 구계동 자갈해변으로 파도가 치고 있다. 파도가 드나들 때 돌 구르는 소리가 100가지 소리를 낸다고 할 만큼 황홀하다. 통일신라시대 황실의 녹원지로 지정될 만큼 자갈해면과 배후 숲의 조화가 아름답다.
특히 파도가 쓸려 내려갈 때 소리가 환상적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특히 파도가 쓸려 내려갈 때 소리가 환상적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이곳에서 약 18km 떨어진 완도수목원은 국내 최대 난대림수목원으로 유명하다.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등 연평균기온 14℃이상, 1월 평균기온 0℃ 이상인 지역에서만 자라는 상록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숲길 코스가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장보고의 고향, 청해진 유적지와 청해포구 촬영장

해남에서 완도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장보고 동상이다. 동상에 다다르기 전 왼편에 조그만 섬이 하나 있는데 장도 청해진 유적지다. 건물은 모두 복원한 것이지만, 방어와 접안시설로 사용한 원목열은 시간에 닳은 모습 그대로 남았다. 섬 서남쪽 바다에 밑동만 남았지만 나이테가 선명한 원목엔 조개류가 닥지닥지 붙어있다. 300m 길이의 원목열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만 볼 수 있다.

장도 청해진유적지의 원목열은 썰물 때에만 볼 수 있다. 선명한 나이테에 조개류가 닥지닥지 붙었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장도 청해진유적지의 원목열은 썰물 때에만 볼 수 있다. 선명한 나이테에 조개류가 닥지닥지 붙었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장도 청해진유적지 앞 갯벌에서 어민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이곳에선 반지락이라고 발음한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장도 청해진유적지 앞 갯벌에서 어민이 바지락을 캐고 있다. 이곳에선 반지락이라고 발음한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근처의 장보고기념관에서 청해진과 장보고, 완도의 역사를 좀 더 소상히 접할 수 있다. 대표인물이 장보고에서 최경주로 1,200년이나 건너뛴 건 조금 무리다 싶으면서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해 동북아 해상왕이 됐다면, 최경주는 골프로 세계를 제패했으면 하는 바램이 적혀 있다. 역시‘빙그레 웃을’ 완도다.

섬 반대편에 있는 청해포구 촬영장은 장보고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신’ ‘해적’ ‘명량’ 등 5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은 세트장이다. 각 건물마다 어떤 장면을 찍었는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먹을수록 당기는 삼치회와 해초요리.

남도지역이 대부분 그렇듯 완도의 음식점은 이름난 식당이 아니어도 기본은 한다. 그런 만큼 맛집을 찾기보단 무얼 먹을까를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완도 사람들이 특별히 자랑하는 게 삼치회다. 특히 삼치 파시까지 열렸던 청산도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추석을 전후한 가을철이면 “삼치 먹었어?”가 인사일 정도다. 대도시로 나가는 삼치는 고등어만해 구이로 먹지만 청산도에선 8~10kg이나 나가는 큰 놈으로 골라 바로 회로 먹는다. 삼치살은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이 무르다. 다소 물컹한 맛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있지만 한두 점 먹다 보면 고소함이 느껴진다. 특히 김에 두툼한 삼치살과 묵은지를 얹어 먹는 삼치삼합은 홍어삼합 못지않게 입맛을 당긴다.

완도의 자랑 삼치회는 김에 묵은 김치를 얹어 먹는 게 제맛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완도의 자랑 삼치회는 김에 묵은 김치를 얹어 먹는 게 제맛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느린섬 여행학교'의 남도밥상. 어패류와 해초류가 가득하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느린섬 여행학교'의 남도밥상. 어패류와 해초류가 가득하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의 해초비빔밥.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의 해초비빔밥.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느린섬 여행학교' 남도밥상에 나온 전복장.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느린섬 여행학교' 남도밥상에 나온 전복장.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해초된장국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해초된장국은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완도와 청산도 식당에선 해조류가 기본반찬이다. 비빔밥에는 미역줄기 꼬시래기 톳 한천 전복 김 다시마 등이 들어가고 밑반찬에도 해조류 무침이 포함된다. 해초된장국은 아침 해장국으로 좋다. 청산도에선 탕이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국물이 없는 게 특징이다. 쌀가루와 들깨가루에 해산물을 넣어 걸쭉하게 죽을 만든 것으로 범벅처럼 끈끈하다.

▷바다의 신선함을 즉석에서, 청산도 휘리 체험

청산도 신흥리 풀등해변에선 휘리 체험을 할 수 있다. 풀등에서 고무보트에 그물을 싣고 나가 약 50m 정도 반원형으로 그물을 친 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단순한 방식이다. 나무배를 이용하던 시절엔 생업이었지만 지금은 체험거리로만 남아있다. 여름엔 성대 모래무지 감성돔 등이, 요즘은 숭어 한치 학꽁치 등이 잡힌다. 최고 매력은 잡은 물고기를 바로 회로 먹는다는 점이다. 회 맛을 모르는 사람도 신선함이 어떤 것인지 한입에 느낄 수 있다. 맨발로 풀등을 걷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모래는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하다. 물결 따라 홈이 파져 있어 지압 효과도 있다. 휘리 체험은 20명 기준으로 1인 1만원이고 청산도서 숙박하면 50% 할인해 준다. ‘가을의 향기’ 축제기간(10월 3일~11일)에는 인원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폐교를 숙박시설로 개조한‘느린섬 여행학교’(www.slowfoodtrip.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청산도 휘리체험.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휘리체험.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휘리체험 중 잡은 학꽁치.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휘리체험 중 잡은 학꽁치.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휘리체험의 최대 매력은 잡은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는 것.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 휘리체험의 최대 매력은 잡은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는 것. 청산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배로 50분 거리다. 하루 5차례 왕복하고 여행객이 몰릴 때는 임시편성도 한다니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느린 섬 청산도를 제대로 느끼려면 하룻밤 정도 묵는 일정으로 잡는 게 아쉬움을 줄이는 방법이다.

완도=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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