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최고위급 회의인 ITU 전권회의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20일부터 3주간에 걸쳐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이 회의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1994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전권회의는 회원국 193개국 정부대표단과 국제기구ㆍ기업ㆍ연구기관 관계자 3,000여명이 참가한다. 참가자들의 위상과 규모, 긴 회의기간 등 외형적인 규모만 보아도 국내에서 개최된 역대 국제회의 가운데 손꼽히는 행사다. 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를 포괄하는 마이스(MICE) 산업의 경제적 효과도 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단기 경제적 효과는 부수적인 것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고위급 의사 결정권자들이 모여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전권’(全權)이란 회의명칭에서 이 회의의 비중과 권위가 얼마나 크고 높은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안방에서 열리는 이 회의에서 ICT 외교력을 극대화해 우리의 ICT 위상을 높이고 중장기적인 ICT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 ITU전권회의에서는 세계 정보통신분야 현안과 미래 정책방향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기에는 위성ㆍ전파, 통신표준, 사이버보안, 인터넷과 같이 현대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는 물론이고, ICT를 활용한 신성장동력 발굴, 정보격차 해소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신성장동력 분야의 주요 의제로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 활용의 창조적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돼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산업 분야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생소한 사물인터넷은 영화를 통해 우리 생활에 활용되는 단면을 볼 수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프리 크라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측해 미리 예방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도시 시스템과 제품은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하고, 인간에게 정보를 제공해 소통하는 사물인터넷으로 이뤄져 있다.
이 영화에서는 디지털광고판 속 여인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망막을 스캔해 그의 신상 정보를 파악한다. 뿐만 아니라 심박수와 생체리듬까지 분석해 광고 속 회사의 여행상품을 이용한 휴식과 재충전을 권하는 장면은 사물인터넷 활용의 좋은 사례다. 비록 영화 배경은 2054년이지만 이번 ITU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사물인터넷’이 심도있게 논의된다면 이런 환경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고,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해질 것이다.
이밖에 사회적 약자의 ICT에 대한 접근권 확대를 위한 결의와 온라인 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ITU의 역할 및 활동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국들의 이해가 상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주제들 조차 실제로는 검열 가능성 등의 이유로 국가별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래 경제발전의 주요 동인인 ICT와 타 산업간 융합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ITU에서 논의되는 융합은 전기통신 및 ICT 내의 융합으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료, 교육 등 ICT와 타 산업간 융합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므로 현행 ITU내의 논의 범위를 ICT와 타 산업간 융합(ICT application)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희망이 이번 전권회의에 반영돼 ICT와 타 산업간의 융합 촉진을 위한 제도정비, 기술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의 ICT 외교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장이 된다면 ICT 산업의 외연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ITU 전권회의에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명룡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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