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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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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4.09.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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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북한과의 4강전,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허은별에게 통한의 역전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했다.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의 꿈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경기를 마친 태극 낭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씩씩이' 전가을(26·현대제철)은 달랐다. 전가을은 경기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많이 울었는데 나는 울지 않았다. 울 일이 아니라고 했다"며 당당히 소감을 밝혔다. 오히려 "저희 오늘 잘하지 않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마저도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내색 않으려 했지만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한 순간만 버텼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그 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이 응어리로 남았다.

북한과의 4강전은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990년부터 이어진 '절대 열세(1승 1무 18패)'를 깰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북한의 체력전에 맞서 뛰고 또 뛰었다. 간절함이 관중석까지 전해졌는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경기 후 머금은 전가을의 눈물은 많은 것을 말해줬다. 전가을은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스타 '지메시'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이나 실력과 외모를 겸비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심서연(25·고양대교눈높이)에 가려 대중에게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10대 때부터 꾸준히 대표팀을 지켜온 기둥과 같은 존재다. 특히 이번 대회에 누구보다도 많은 짐을 짊어졌다. 지소연의 늦은 합류로 예선전부터 골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뛰었고, 여기에 필드플레이어 중 맏언니 역할까지 떠맡았다.

하지만 전가을은 부담 속에서도 모든 이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조별 예선 3경기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고, 대만과의 8강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4강에 올려놨다. 그가 기록한 골만 6골이다. '가을의 전설'이라 해도 부족함 없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챙겼다. 특히 북한전 결승골의 빌미를 내준 자책한 임선주에 대해 "모두가 보셨겠지만 선주는 정말 잘 뛰었다"며 감쌌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전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4위전에 모든 것을 쏟아 동메달을 꼭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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