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총학생회장 제명' 은폐 의혹
직무대행 부총학생회장 불신임 사퇴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제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과 관련, 학생들이 총학생회 집행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직무대행 중이던 부총학생회장도 불신임으로 사퇴하면서 총학생회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3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경환(28ㆍ물리천문학부)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 누적으로 9월 1일 제명된 사실이 26일에야 알려졌다. 28일 대학 내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 총학생회 집행부 ‘디테일’의 동반사퇴를 요구하는 학생 116명 공동 명의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학생들은 집행부가 이 회장의 제명 사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8월 말부터 총학생회장이 참석하던 대학과의 대화협의체에 김예나(24ㆍ국어국문학과) 부총학생회장이 대신 참석하는 등 상황을 볼 때 집행부가 총학생회장의 제명을 몰랐을 리 없다”며 “제명은 총학생회 회원인 학생 모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알리지 않은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제명이 돼도 총학생회장 직위를 보장하도록 하는 총학생회 회칙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학생들은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목숨을 걸고 싸웠던 총학생회장들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단순히 공부를 하지 않은 이 회장에게 적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치욕스럽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28일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차원에서 김 부회장 사퇴권고안을 올려 12명 중 7명의 동의를 받아 가결시켰다. 김 부회장이 이 결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현 총학생회 집행부는 사실상 해체 수순에 놓였다는 게 대학 구성원들의 중론이다. 올해 11월 말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총학생회가 해체된다면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학생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제명당해 안타깝다”며 “재선거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 살 때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3급 지체장애인이다. 투표율 저조로 올해 4월 치러진 서울대 총학생회장 재선거에서 첫 장애인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돼 화제가 됐다. 2005년 입학 이후 학사경고를 4회 받아 2008년 제적됐다가 재입학했지만 또다시 학사경고 2회가 누적돼 학칙에 따라 제명됐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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