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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의 이상향 어떻게 변했을까

입력
2014.09.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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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한국서 개인전

초대형 설치 작품 2개 선보여

"의미 이해하기보다 느꼈으면"

이불의 '새벽의 노래Ⅲ'는 근대 문명을 대표하는 비행선 '힌덴부르크'의 외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기에 휘감긴 채 추락하는 비행선은 무너지는 이상을 상징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불의 '새벽의 노래Ⅲ'는 근대 문명을 대표하는 비행선 '힌덴부르크'의 외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연기에 휘감긴 채 추락하는 비행선은 무너지는 이상을 상징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설치미술작가 이불(50)이 2012년 9월 이후 2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초대형 설치작품 2개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9월 30일부터 서울관 제5전시실에서 현대자동차가 중견 작가의 신작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현대차 시리즈’의 첫 작가로 선정된 이불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이불이 공개한 작품들은 2005년부터 시작된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연장이다. 이불은 이 시리즈를 통해 “근대 사회의 이상향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실패했지만 계속해서 완벽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다시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개작 중 ‘태양의 도시 Ⅱ’는 2013년작 ‘태양의 도시’를 확장한 작품으로 이불이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 중 최대 규모다. 넓이 615㎡의 전시실을 온통 거울로 뒤덮었다. 수많은 아크릴 거울 조각들로 쪼개지고 일그러진 바닥은 유적처럼 황량한 느낌을 준다. 관객들은 거울 사이로 난 좁은 길을 통해 순례하듯 방을 한 바퀴 돈다. 방 한 켠에 몰려 있는 노란 전구들이 벽면 거울에 이리저리 반사돼 어두운 방을 채우지만 나머지 공간의 적막함을 이기진 못한다.

또 다른 공개작 ‘새벽의 노래 Ⅲ’는 2009년작 ‘새벽의 노래’의 수직적 구조를 이어받았다. ‘근대의 상징물’인 초대형 비행선이 여러 조각으로 터져나간 채 공중에 매달려 있다. 비행선은 1시간마다 네 차례 안개를 뿜어내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안개 속에서 선체를 뒤덮은 붉은 전구가 반짝이며 신비로움을 더한다. 그러나 20~30분이 지나면 비행선 더미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낸 채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듯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불은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 미술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여러 시기에 걸쳐 만든 작품들이 동시에 국내외에서 전시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아이콘 갤러리에서 진행중인 회고전에는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과거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뒤이어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는 1989, 90년에 진행했던 ‘낙태’와 ‘수난유감’ 등 그의 초기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전시하고 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그의 작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9월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을 수상한 그의 초기 작품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불은 “내 작품이지만 어지럽고 보는 것이 힘든 작품이 됐다”고 말한다.

이불은 “관객이 구체적인 의미를 이해하기보다 작품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은 이불이 구상한 세계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경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2015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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