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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위의 이야기] 달걀 한 판 주세요

입력
2014.09.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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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 판 주세요, 하면 육오 삽십, 서른 개의 가지런한 달걀을 끈으로 묶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비릿한 내를 풍기며 가지런하게 잠자고 있는 달걀들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웠다. 엄마는 하나하나 조심스레 닦아서 냉장고 제일 위 칸에 보관해두었고 어린 시절에는 키가 모자라 손이 잘 닿지 않았다. 아침에 달걀 프라이 냄새가 나면 기분 좋게 깨어났던 기억이 난다. 도시락 반찬으로 먹던 달걀말이는 부드럽고 고소해서 다른 반찬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요즘은 흔해 빠진 것이 달걀이다. 마트에 가면 신선란, 목초란, 바이오란, 유정란 등의 온갖 복잡한 이름이 붙어 있다. 보통 두 줄씩 포장이고, 많아야 세 줄짜리 인 것 같다. 서너 개짜리 소량 포장도 있다. 단백질을 섭취하는 데 달걀보다 더 선호되는 음식물들이 있고 품목도 다양해졌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기나 소시지, 생선이나 어묵 같은 걸 먹겠지.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들고 소풍을 가던 시절은 지났지만 아직도 기차 같은 데서는 주황색 망에 삶은 달걀을 파는 것 같다. 대중목욕탕에서도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구운 달걀을 까먹기도 한다. 톡톡 깨서 소금을 적당히 찍어 먹으면 의외로 먹을 만하다.

삶은 달걀의 껍질을 까먹는 어린것의 발뒤꿈치가 달걀처럼 매끈하고 빛나 보이는 아침이다. 삶의 의욕 같은 것이 달걀처럼 생생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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