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요금제일 때 보조금 차등 여부
업체들 "차이 가능"vs"똑같이 줘야"
정부는 결론 못 내리고 "협상 중"
이용자들에게 차별 없는 혜택을 주기 위해 10월1일부터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중요한 시행규칙을 놓고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시행을 코 앞에 둔 단통법의 가장 핵심인 제품별 휴대폰 보조금 차별화 문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에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월 9만원대 요금제의 경우 상한선인 30만원 내에서 A폰 30만원, B폰 27만원, C폰 28만원 식으로 제품마다 보조금 액수에 차이를 둘 수 있는 지 여부다.
법에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이통사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A통신사와 B통신사는 제품별로 차이를 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C통신사는 차이를 둘 수 없다는 쪽이다. A통신사와 B통신사는 다음달 1일부터 공시하는 보조금 총액이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주는 보조금이 합쳐 공개되는 만큼, 제조사에서 주는 보조금 액수의 차이에 따라 총보조금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별 허용을 주장하는 통신업체 임원은 “제조사마다 보조금 지급액이 다르고 심지어 애플은 1원도 주지 않는데, 같은 요금대에는 무조건 동일하게 보조금을 주면 결국 이통사가 나머지를 부담하라는 것이어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제조사가 주는 보조금에 맞춰 휴대폰 마다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통신사는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동일 보조금 지급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확정한 것이 없어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며 "휴대폰별 차등 지급을 포함해 정부 결정에 따라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시행이 코 앞인데도 여전히 이통사 및 제조사들과 아직도 협상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관계자들과 협상 중인데, 의견 차이가 있다”며 “시행 전까지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품별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면 제조사에서 어떤 제품에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 사실상 공개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태로 법이 시행되면 이통사가 사실상 자의적으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해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단통법의 근본취지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규정만 놓고 보면 제품별 보조금 차등 지급이 되는 것도 아니고,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으면 휴대폰 보조금 대신 12% 요금할인을 받는 부분도 애매해 진다”고 털어놓았다. 제품별로 지급하는 보조금이 제각각이면 요금 할인의 기준을 마련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의 내용이 여러 번 바뀌면서 당초의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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