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견본주택에 인파
차익 노리는 묻지마 투자에 분양가·프리미엄 상승 부작용 우려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 대거 몰리는 등 과열 조짐이 일고 있다. 인기가 검증된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소 수천 만원을 넘어서면서 무조건 청약에 뛰어들고 보자는 ‘묻지마 투자’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흘 간 15개 견본주택의 방문자수는 약 30만명. 한 곳당 평균 2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고, 일부는 입장에만 3시간이 넘게 걸린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견본주택 외부에 설치된 떴다방 역시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떴다방은 분양현장 주변에 파라솔 등을 설치하고 현장에서 중개행위를 하는 업소. 분양정보 교환 등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청약통장을 매집하거나 분양권을 헐값에 사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수법으로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떴다방이 등장했다는 것은 분양권을 팔 경우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곳은 위례신도시. 작년 중반부터 떴다방이 처음 등장한 위례신도시에는 최근 과거 부동산 호황기를 연상케 할 만큼 많은 떴다방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장지동 복적역 인근의 ‘위례자이’ 분양 현장에는 주말 사이 100여개 이상의 떴다방들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지동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양권 당첨만 되면 최소 1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서 분양한 단지들의 프리미엄 가격이 치솟으면서 일단 청약을 하고 보자는 투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 ‘꿈의 숲 롯데캐슬’ 견본주택에도 지난 주말 10여개 이상의 떴다방 업소들이 등장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강북 지역에 떴다방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강북구에 5년 만에 들어서는 신규 아파트라는 점에서 경쟁률이 높아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단지별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분양열기가 뜨거웠던 부산의 경우 지난주 청약을 한 ‘개금역 금강펜테리움 더 스퀘어’의 1,2순위 경쟁률이 17대1이 넘어선 반면 ‘e편한세상 사하’는 1,2순위에서 경쟁률이 0.7대1 수준에 그쳤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분양의 기회는 많아졌지만 이런 분위기를 타고 분양가가 올라가고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비로열층의 경우 프리미엄이 기대에 못 미쳐 당첨이 돼도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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