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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를 외주하는 나라

입력
2014.09.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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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돌려받는 어쩌면 당연한 일에 우파는 기겁한다. 나라가 무너지면 그들의 기득권도 함께 사라진다. 북한은 물론 한국군마저 그들에겐 불신 대상이다. 전작권 환수 반대 진영 최전선에 자신감 없는 이 나라 군인들이 서기 일쑤인 걸 보면 무리도 아니다. 다음 달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한반도 안보 상황 등 조건과 연동해 전작권 환수 시기를 정하기로 합의할 모양이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서울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제45차 SCM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돌려받는 어쩌면 당연한 일에 우파는 기겁한다. 나라가 무너지면 그들의 기득권도 함께 사라진다. 북한은 물론 한국군마저 그들에겐 불신 대상이다. 전작권 환수 반대 진영 최전선에 자신감 없는 이 나라 군인들이 서기 일쑤인 걸 보면 무리도 아니다. 다음 달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한반도 안보 상황 등 조건과 연동해 전작권 환수 시기를 정하기로 합의할 모양이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서울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제45차 SCM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파 불안증의 연원은 사대주의다. 소국 내 기득권은 대국 보호 아래 유지됐다. 안보를 외주한 나라의 군대가 약한 건 필연이다. 남북 간 반목을 부추기며 미국을 붙드는 자 누군가.

“모함으로 한양에 압송되고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충무공은 명나라의 군사적 지원 없이 조선 수군만으로 명량해전에서 기적적인 대첩을 만들어 냈다. (…) 5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군의 현실은 어떠한가. 북한에 비해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의 국방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한ㆍ미동맹과 미군의 지원 없이는 전쟁 승리는 고사하고 대북 군사억지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오늘날 한국군의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일 것이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환수를 2020년으로 늦춘다더니, 최근 들어서는 아예 환수 시기를 못 박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정책 결정 예측성,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에 대한 우리 측 대응능력 구축 현황, 전작권 환수 이후 한국군의 한반도 전구(戰區)에서의 연합작전 능력 등을 보아가며 환수 시기를 최종 결정하자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입장인 듯하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의 본질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군이 주력을 맡고 미군이 지원 역할을 맡는 지극히 정상적인 관계 조정이다. 그러나 마치 전작권 환수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동맹이 무너져 당장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미국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 전작권 환수 일정이 가까워 오면서 줄어들어야 할 한국군의 대미 의존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역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건한 한ㆍ미동맹이 우리의 소중한 전략적 자산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과도한 대미 의존이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 북측이 우리 군을 ‘괴뢰군’이라 매도하고,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의 양자 평화협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전작권에 있다.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해도 즉각적인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없고, 대규모 전쟁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도 없는 우리 군을 북측 정책결정자들이 우습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닌가. 요컨대 과도한 대미 군사 의존이 평양의 군사 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지어 우리 군의 대미 의존 집착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8월 11일 정부는 북한에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그러나 군은 한미연합사단 구성, 주한미군 한수 이북 잔류, 평택 기지의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타당성 조사 완료 등을 연이어 언론에 흘렸다. (…) 군의 대북 경계심이 느슨해져서는 안 되지만,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와 어긋나는 행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줄줄이 터져나오는 한국군의 위태로운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그동안 구조화돼 온 대미 의존의 집단심리가 군기 문란 일상화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자 한다면 미국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변수일 수는 없다. 오히려 외부의 도움에만 기대다 나라의 안위를 망칠 수 있다는 뼈아픈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충무공이 오늘의 한국군을 본다면(중앙일보 ‘중앙시평’ㆍ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학)) ☞ 전문 보기

“올해 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닥을 잡은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다음달 23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 이번에 전작권 전환이 2020년대 초반으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구축 목표 시기가 2020년대 초반이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국방부는 “조건과 시기 모두 논의하고 있다”고 하지만, ‘조건’이 중요해지면 ‘언제 전환될지’는 부차적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개발 중인 킬체인과 미사일방어가 계획대로 추진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 북한도 다른 수단을 강구할 테니 남북간 ‘창과 방패’의 끝없는 경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 어쩌면 작전통제권 환수는 기약없는 부도수표가 될 수도 있겠구나, 섣부른 생각도 든다. 사실 남북관계 악화는 전작권 전환에 악조건이 되기 십상이다. 긴장이 고조돼 안보 불안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차질 없이 준비’는 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을 밟을 때부터 파탄을 예고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반발하는 북한을 힘으로 억누를 압도적 군사적 우위만이 실질적인 전쟁 억제책인데 어떻게 전작권을 되찾아올 엄두를 내겠는가. 평화를 지키는 수단에 군사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외교수단도 있고, 활발한 교류도 전쟁 가능성을 낮춘다. 두 나라 사이에 공유하는 이해관계가 넓어질수록 갈등이 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작권 전환 추진 배경에도 우호적인 남북관계의 밑그림이 있었고, 북핵 문제도 6자회담의 틀에서 해결을 모색하는 흐름이 있었다.”

-전작권 전환 추진 27년(한겨레 ‘한겨레 프리즘’ㆍ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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