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중앙정보국(CIA)점. 외관은 다른 매장과 다르진 않으나 주 고객이 CIA 직원이니 매장 내부 문화는 매우 독특하다. CIA 특유의 엄격한 보안이 이곳에도 적용된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스타벅스 CIA점 바리스타가 되려면 엄격한 면접과 신원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퇴근할 땐 경호원의 호위를 따라 움직여야 하고 자신이 일하는 곳을 지인에 알릴 수도 없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 바리스타는 “채용 직전에 아주 광범위한 신원 조사를 받았다”며 “친구들에게는 근처 연방 빌딩에서 일한다고 소개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CIA점은 미국에서 가장 바쁜 매장 중 하나이고 단골 고객도 많지만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하지 않는다. 카드에 저장된 정보가 엉뚱한 곳에 넘겨져 자신의 존재가 탈로 나는 일을 두려워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신원이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려해 바리스타가 음료를 내줄 때 별명을 불러주는 스타벅스만의 서비스도 즐기지 않는다.
이곳은 CIA 내부에서 부서를 옮기려는 이들의 인터뷰 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WP는 전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을 찾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팀의 수장도 이곳에서 인터뷰를 거쳤다.
격무에 시달리는 CIA직원 대부분이 지독한 카페인 중독자다. 커피로 피로를 달래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줄을 서며 시간을 허비하는 직원들 등 뒤에서 상사가 못마땅한 마음에 한 마디 던질 때도 있다. “자네는 오늘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국제 스파이 박물관의 빈스 호튼 큐레이터는 “군대나 CIA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긴장해야 하는데다 문서에서 단어 하나만 빠져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커피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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