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IS를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연설 직후 IS는 보복을 다짐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52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은 백악관이 폭파되면서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슬로 모션 동작 영상으로 처리하고, 음산한 배경음악도 첨가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이 영상은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는 문구로 막을 내린다.
미국이 최첨단 공격 무기로 IS 근거지를 폭격하지만 이미지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및 선전전에서 IS에 뒤진다고 미국 NBC방송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S는 ‘알하야트 미디어’와 ‘알푸르간’이라는 홍보 선전 담당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위치와 운영자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방국가에서 IS 대원을 모집하고 광적인 추종자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과시한다. 18세기 아라비아 반도의 교조적 이슬람 교리를 고수하면서도 21세기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 선임연구원 캐서린 지머먼은 “IS 홍보물은 할리우드나 뉴욕 광고업계 뺨친다”며 “구어체 영어와 선명한 음질, 깔끔한 화질 등 전문가의 내공이 물씬 풍기는 영상물”이라고 감탄했다.
2011년 미국 국무부 테러대응 홍보전략센터를 발족시킨 주역 윌리엄 매칸츠 전 국무부 선임고문도 “(홍보와 선전 분야에서는) IS가 우리보다 낫다”며 “IS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선전 활동을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테러대응 홍보전략센터는 테러집단에 대한 온라인 대응을 담당한다.
IS는 참수 동영상뿐 아니라 서방 출신 전투원의 소감을 생생하게 찍어 배포하거나 때로는 전투원이 병원에서 봉사하는 감성적인 영상도 만든다. 세계 최대 홍보업체인 힐&놀턴 봅 딜렌슈나이더 전 회장은 “이런 홍보 선전물이 지속적으로 확산해 IS는 굴하지 않는 정통 조직의 이미지와 자금이 넉넉하고 가장 성공적인 조직이라는 위상을 다질 수 있었다”고 했고, 스리 스리니바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디지털 실장은 “IS가 참수 동영상을 전에도 공개한 적 있지만, 자신들의 악랄함을 전에 없는 높은 수준으로 퍼뜨리는 데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해 마케팅과 메시지 전달의 전문가”라고 분석했다.
IS는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을 홍보 선전 활동의 기본 바탕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미국 사법기관도 지워지면 또 올리곤 하는 이들의 수법을 당해내기 어렵다. 최근에는 트윗에는 트윗으로, 포스팅에는 포스팅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누군가 IS에 동조하는 트윗을 남기자 국무부 테러대응 홍보전략센터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돌아서라”고 설득하는 트윗을 올렸다. 또, IS에 전투원으로 지원하려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의 생각을 돌리는데 초점을 맞춰 IS 점령지역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파괴 현장을 담은 60초짜리 동영상도 올리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온라인 활동을 연구하는 SITE 정보 그룹 리타 카츠 연구원은 “처형과 파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건 IS 같은 무장 세력이 지원자를 모집할 때 쓰는 전형적인 수단”이라며 “IS의 나쁜 점을 갖고 싸우려 하지 말고 미국의 좋은 점을 내세우는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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